선조들 생활상 깃든 옛길 6곳 명승 된다

입력
2021.09.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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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가치가 높은 옛길 6곳이 명승으로 지정된다.

16일 문화재청은 삼남대로 갈재, 삼남대로 누릿재, 관동대로 구질현, 창녕 남지 개비리, 백운산 칠족령, 울진 십이령 등 총 6곳의 옛길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당시 대부분의 옛길이 신작로로 바뀌는 과정에서 본래 모습을 잃게 되었는데, 남은 옛길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명승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삼남대로(한양에서 충청·전라·경상으로 가는 길) 갈재는 전북과 전남을 구분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옛 기록을 통해 조선 시대 많은 문인들이 지난 것이 확인되는 길이다. 또한 이곳은 동학농민군이 장성에서 대승을 거두고 정읍으로 향하기 위해 넘은 곳이기도 하다.

삼남대로 누릿재는 조선 시대 강진과 영암을 잇는 삼남대로의 중요한 고갯길로, 정약용, 최익현, 송시열, 김정희 등 많은 문인들이 다녀간 곳이다. 특히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누릿재에 대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관동대로 구질현은 강원도에서 한양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관동대로의 일부로, 지형이 험해 ‘아홉 번은 쉬고 나서야 고개를 넘을 수 있다’고 해 ‘구둔치’라고도 불린다. 이 길과 관련, 강도들이 바위 뒤에 숨어 있다 소를 팔고 온 상인들의 돈을 빼앗아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다는 ‘강도바위 이야기’가 전해진다.

창녕 남지 개비리는 박진과 기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옛길로, 소금과 젓갈을 등에 진 장수와 인근 지역민의 생활길로 애용된 곳이다. 일제강점기 지형도에 경로가 나오는 유서 깊은 곳이다.

백운산 칠족령은 평창과 정선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고갯길. 동강(남한강 상류)에 이르는 최단 경로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강을 통해 금강송을 서울로 운송하던 떼꾼들이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울진 십이령은 울진과 봉화에 걸쳐 위치한 12개의 큰 고개로, 영남지방을 대표하는 험준한 길이다. 주로 상인들이 오가던 길로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문신 이인행이 쓴 신야집에 따르면, 이곳에서 생선과 소금을 파는 상인들이 끊임없이 왕래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이곳에는 울진 내성행상불망비, 성황당과 주막 터 등 보부상과 관련된 요소들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옛길 6곳을 최종 명승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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