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황새’ 황선홍 U-23 감독... “다시 태극 마크 가슴에 달아 벅차고 영광”

입력
2021.09.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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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꿈이라고 말했는데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아 벅차고 영광이다.”

한국 축구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황새’ 황선홍(53)이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왔다.

황 감독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가진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이 끝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꿈이라고 말했다. A대표팀 감독은 아니지만 이 자리까지 20년이 걸렸다”며 “그간 겪은 성공과 실패가 U-23 감독을 맡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해나가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황 감독은 2024년 파리올림픽 본선까지 U-23 대표팀을 이끈다. 축구협회는 다만 내년 9월 열리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중간평가를 거쳐 계약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사실상 ‘1+2년’ 계약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황 감독은 장기전인 K리그 우승을 두 차례나 했고, 단기 대회인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지도력 검증을 마쳤다”며 “선수 육성에 잘 준비된 감독”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황 감독은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의 뒤를 잇는 레전드 스트라이커다. 1988년부터 2002년까지 A매치 통산 103경기에 출전해 50골을 기록했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황 감독보다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는 차범근(136경기 58골) 전 감독이 유일하다.

국제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선수 시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 한ㆍ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해 한국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특히 황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 중심을 잡는 리더십도 뽐냈다.

지도자로도 큰 성과를 냈다. 황 감독은 K리그에서 4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리그1과 FA컵에서 각각 2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포항 스틸러스를 이끈 2013년엔 외국인 선수 없이 K리그 최초 더블(리그+FA컵)을 달성했다.

황 감독은 전임 김학범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계승ㆍ보완하면서 ‘빠른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김학범호가 지난겨울 제주에서 한 전지훈련을 지켜봤다. 전방 압박과 공격적인 축구, 공을 빼앗긴 후 빠른 수비 전환 등이 인상적이었다”며 “세계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극적이고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황 감독은 '원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한 팀이 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우선이다. 최대한 많은 선수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선수들은 그 분위기 안으로 들어오게 돼 있다"고 지도 철학을 밝혔다.

황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다. 면밀하게 준비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잘 치르고 그 이후에 파리올림픽을 생각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황 감독은 또 “좋은 선수를 발굴해서 A대표팀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많은 인원이 U-23 대표팀을 통해 A대표팀으로 올라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10월 27∼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한국은 필리핀, 동티모르, 싱가포르와 H조에 편성됐다. 11개 조 1위, 조 2위 가운데 상위 4개국 등 총 15개국은 내년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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