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을 포함한 8명이 1차 컷오프를 통과했다. 13, 1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두 주자 외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대표가 2차 경선에 올랐다. 다소 난립했던 후보군이 일부 정리되면서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 공약 등을 보다 면밀하게 상호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16일 열리는 첫 TV토론이 일차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선택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국민의힘이 공정한 경선을 통한 후보선출로 수권 능력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윤 전 총장 측의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이 제대로 된 수습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되레 윤석열 캠프와 홍준표 캠프 간 내홍으로 번진 상태다. 윤 캠프 측이 홍 캠프 인사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제보자인 조성은씨 회동에 동석했다는 루머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동석자로 지목된 이필형씨는 15일 카드 영수증과 CCTV 동영상 등 당일 행적을 뒷받침하는 자료까지 공개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홍 의원은 윤 캠프 내 공작 의원 퇴출을 요구했다. 윤 캠프 측이 ‘박지원 게이트’로 역공을 펴면서 홍 캠프까지 엮다가 자중지란에 빠진 형국이다.
이런 혼란이 빚어진 데는 당 지도부의 무책임한 수수방관 탓이 크다. 이번 사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에 따라 당 전체가 연루·은폐 의혹에 휘말려들 수 있는 데도 별다른 조사도, 해명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게 뭔 문제냐”며 표창장을 줘야 한다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 문제의 위법성과 파장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줘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가 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하는 이준석 대표가 그나마 당이 직면한 위기를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