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방한 중 탄도미사일 발사한 북한의 자충수

입력
2021.09.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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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중부 내륙에서 동해로 사거리 8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11,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뒤 불과 사흘 만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3월에 이어 바이든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에 한계가 있는 순항미사일보다 위협적이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발사가 금지돼 있다. 최근 미국의 대화와 지원 메시지에 미사일 시위로 답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전날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 회담을 전후해 이어진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최종 시험도 있었다. 한미일 대북 압박이나 우리 군의 전력 증강에 대응한 도발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중 미사일 발사는 이례적이다. 순항미사일을 두고 왕이 부장이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애써 두둔한 것이 무안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최근 영변을 포함한 각지의 핵시설 재가동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 안보에 위협인 핵·미사일 도발에 다시 나서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의 문을 닫고 이처럼 무모한 도발로 나아가는 것이 자력갱생의 한계에 부딪쳐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결국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도발로 협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벼랑 끝 전술이 여전히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 또한 착각이다.

이번 북핵 회담에서 한미일 대표는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향을 염두에 두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 가기로 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지원을 준비하면서도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 협력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도발에 대한 경계와 대비 태세 강화에 소홀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