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데뷔 13년 차 윤시윤의 '책임' 그리고 '성장'

입력
2021.09.15 11:22
웨이브 오리지널 '유 레이즈 미 업'으로 돌아온 윤시윤


'할 수 있어'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어요.

배우는 선택을 받는 존재다. 감독과 제작진 나아가 대중의 선택을 기다린다. 때로는 무겁게 내리누르는 책임감과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치기도 한다. 늘 준비해야 하고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배우의 숙명이다.

윤시윤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제빵왕 김탁구'로 혜성처럼 떠오른 그는 신인 시절 시청률 50%라는 짜릿한 결과도 맛봤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러 어느덧 데뷔 13년 차가 됐다. 이제는 후배들이 더 많아진 그이지만 여전히 '소년미'를 자랑한다. 반면 내면은 경험과 배움으로 무르익었다. 혹자는 그를 김탁구로만 기억할지 몰라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며 오늘도 윤시윤은 성장하고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으로 돌아온 윤시윤과 지난 14일 오후 화상으로 만났다. '독서광'으로도 유명한 그는 차분한 언어들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신작은 '발기부전'이라는 다소 발칙한 소재를 다루지만 그의 선택엔 망설임이 없었다. 윤시윤이 집중한 건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발기부전 이야기죠. 대단히 어마어마한 거 같지만 굉장히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지독한 악역도 없고 용식이는 누구보다 현실적인 캐릭터고요. (이 작품은) 인물들을 나락으로 빠뜨리지도 않죠. 대단히 일상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연을 결정하며 걱정은 안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해보고 싶었다"며 "요즘 웹드라마 홍수이지 않나. 특히나 이제는 채널을 돌리는 게 아니라 휴대폰 화면으로 몇 가지 워딩만을 보고 클릭하고 봐야 하는 거다. 우리는 한 줄의 강력한 메시지가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가 연기한 용식 캐릭터를 이야기하려면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자존감은 배우 윤시윤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다.

"배우로서 자존감이 결여되지 않게 계속 노력해야 하죠. 연예인은 평가를 받고, 거기에 대해 유연해야 하는데 저도 참 그게 안되더라고요.(웃음) 댓글 하나 잘못 보면 일주일을 잠 못 자고 힘들기도 하고요. 수많은 선플이 있는데도 말이죠."

많은 시청자들은 윤시윤의 눈물 연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놓는다. 그에게는 해맑음과 처연미가 묘하게 어우러진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일까. 소위 '짠내 나는' 역할들이 종종 맡겨진다.

"제가 이 정도까지 울어본 게 언제인가 했더니 '김탁구' 때더라고요. 한 회인가 빼고 다 울었어요. 하하. (배우가 극 중에서) 연애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설레게 하고, 대리로 밥을 먹고, 대리로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고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죠. 저에게 배우로서의 숙제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십년 정도 되다 보니까 배우고 느껴가는 거 같아요. 그런 눈물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눈물 연기에 욕심이 나요."

윤시윤은 2009년 MBC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해 2010년 '제빵왕 김탁구' 주연으로 발탁됐다. 배우로서 최고의 운을 타고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를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만든 건 '책임감'이다.

"'나는 말도 안되게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당시엔 어리둥절했지만 어떻게 해서 그게 이뤄졌는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스태프들과 많은 사람들의 앙상블이 이뤄졌을 때 이루어진다는 걸 배웠고, '내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구나. 주연배우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도 해요. 연기를 한다는 건 함께 협동, 협력한다는 것이고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고 부족함을 표현하면서 힘을 구하는 것을 배워가고 있죠."

다양한 작품들을 비롯해 예능 '1박2일'에서도 활약한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늘 겸손함을 유지한다. 노출된 직업인 만큼 폐쇄적인 성향을 지닌 연예인들도 많은 반면 윤시윤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인맥도 좋은 편이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자기관리에 특별히 신경쓰는 이유도 있다.

"배우가 작품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호기심을 갖고 만났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죠. 엄청 착해보이는 사람이어서 너무 좋아서 밥이나 술을 같이 먹었는데, 상욕을 하고 그러면 '뭐지?' 하고 상처 받기도 해요. 사람들이 나에게 신뢰감을 갖고 더 사랑을 받으려고 도전한다기보다는,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으로서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상처를 드리고 싶지 않거든요."

윤시윤의 꿈은 '멋진 배우'다. 반짝반짝 빛나는 인기를 등에 업은 스타가 아니라,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간적인 '멋'이 있는 배우를 지향한다.

"저는 항상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가면 갈수록 결정한다는 게 무서워요. 결과에 대해 비겁하게 핑계 대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용기 있게 선택하고 도전하고,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쉽지는 않죠. 그래도 '할 수 있어'라는 얘길 듣고 싶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설령 나쁜 일이 벌어지더라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유수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