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리더십'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탄소) 배출 목표를 당초 '2018년(탄소배출 정점 시기ㆍ7억2,760만톤) 대비 35% 감축'에서 '최소 40% 감축'으로 상향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지난달 국회가 제시한 '35% 감축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문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린 '탄소중립 추진현황 점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채근했다. "선진국들은 2030년까지 40~50%를 감축하기로 했는데, 우리의 35% 감축안은 너무 소극적"이란 취지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40% 이하 감축안을 받을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정부의 최종안은 최소 40% 감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부 경제부처 장관들이 "기업들은 35% 감축안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의견을 전했으나, 문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했다. 문 대통령은 ①35% 감축안은 국제사회가 납득하지 않고 ②선진국으로부터 탄소세(稅) 부과, 시장 퇴출 등 고강도 제재가 예상되며 ③탄소산업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은 세계 10위 수준으로, 선진국과 환경단체로부터 '기후 악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35% 감축안'을 골자로 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35%는 최저 기준이고, 구체적 목표는 대통령령으로 결정한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정부·재계·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말 시행령에 담을 목표를 제시한다.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최소 40% 감축' 목표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최소 40% 감축'을 위해 부처 간 이견 조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그린 리더십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다음 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함께 상향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는 다음 달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그린 리더십 선도국'을 천명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시작되는 유엔총회에서도 탄소 감축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계와 여당의 반발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재계는 탄소저감 목표치를 상향할 경우 원자재·전기세 등의 부담으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도 재계의 반발을 우려해 목표치 상향에 소극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업 반발을 고려하면 38~39%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