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등 스마트 기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 탑재를 강제한 구글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을 부과했다. 구글이 각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개발한 변형 OS도 쓰지 못하도록 한 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란 판단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구글이 개발 단계부터 경쟁 상품의 탄생 자체를 통제한 점을 들어 “전례 없는 혁신 저해 행위”라고 질타했다.
2016년 직권 조사 돌입 5년 만에 나온 이번 제재는 공룡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견제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출시할 땐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할 수 있다고 표방했다. 그러나 2011년 시장지배력을 확보하자 태도를 바꿔, 자사 OS가 없는 분야까지 갑질을 일삼았다. 모바일 OS에서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98%까지 치솟은 배경이다.
공룡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도 2018년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5조 원이 훨씬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구글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한 건 유감이다. 구글은 “이번 결정이 안드로이드를 위한 앱 개발 유인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소비자 선택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글의 행보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이날 관련 사업 철수 검토와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3,000억 원 조성 등을 발표한 것과도 대조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카카오가 그나마 상생 방안을 내놓은 건 다행이나 주요 계열사 신고 누락과 금산 분리 규정 위반 등에 대한 조사는 원칙대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구글도 개방성과 혁신성을 강조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