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경쟁사인 매일유업 제품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박현철)는 14일 홍 전 회장과 남양유업 직원 두 명, 부산의 한 홍보대행업체 대표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양벌 규정에 따라 남양유업 법인도 함께 약식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에 의해 홍 전 회장의 지시 등 공모사실이 인정된다"며 "다만, 범행을 뉘우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부연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이 아닌 법원의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홍 전 회장 등은 2019년 3월부터 7월까지 인터넷에서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매일유업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우유에서 쇠맛이 난다" 등의 허위사실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육아 커뮤니티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 이런 허위 비방 댓글을 반복적으로 작성한 아이디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홍 전 회장과 임직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6월 "근거 없이 온라인 댓글 비방행위를 한 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남양유업이 사과하자 고소를 취하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는 피해자 의사 없이는 처벌할 수 없어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하지만 반의사 불벌죄가 아닌 업무방해나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에 대해선 계속 수사했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지난 5월 회장직에서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