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입력
2021.09.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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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독거 장애인들이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국가 지원체계는 감염병 습격으로 갈팡질팡하게 됐고, 지역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의 생활 지원에 나섰다. 나도 지인들과 함께 모금해 대구 장애인권단체에 방호복, 즉석식품, 위생용품을 보냈다.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인 국가지원체계가 확립되길 바라면서.

18개월 뒤 그 상황이 우리 가족을 덮쳤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가 코로나에 확진됐다. 과외교사가 마스크를 벗고 수업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아이는 열이 오르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동네 병원에서 처방약이라도 받고 싶지만 확진됐으니 나갈 수는 없고, 동네 병원에서는 아이의 기존 진료기록이 없으면 처방을 내 줄 수 없다고 했다. 하반신과 방광 마비로 혼자서는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아이를 격리생활이 기본인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병원 인력 감염 위험 때문에 아이의 용변 처리는 도와 줄 수 없다고 했다. 장애인 지원이 어느 정도 가능한 곳은 국립재활원뿐이었다. 거기에서도 밀착 간호는 불가능했다. ‘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회서비스원에서도 감염자 지원은 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아이와 같이 동반 입소하기로 했다. 보건소에서 동의서 양식이 휴대폰으로 날아왔다. ‘감염 위험을 인지하고 입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아, 국가돌봄체계는 없고 가정이 떠안는 거구나. 그나마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동반 입소가 어렵다. 위안이 되는 건 아이 확진을 대비해 4월부터 동네병원에 전화해 남는 백신으로 접종을 막 마쳤다는 거였다.

이송 구급차를 보니 전동휠체어는 싣기 어려웠다. 근육장애인이 확진됐을 때 가족이 감염을 무릅쓰고 간병하고 전동휠체어 이송도 자차로 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여전히 바뀐 건 없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떠올랐다. 독거장애인은 어떻게 하지? 장애인 가정에 감염병 돌봄이 떠넘겨질 거라면 가족은 왜 우선접종대상이 아니었지?

4인실로 배정됐다. 5세 아이와 어르신이 같이 입원해 있었다. 아이를 제외한 온 가족이 감염됐는데 아이 돌볼 사람이 없었단다. 폐렴 증상의 할머니가 손녀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느라 몸을 혹사하고 있었다.

“난 원래 아파서 코로나 걸리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르신의 넋두리와 불안해하는 아이 모습 뒤로 통계 하나가 생각났다. 국립재활원 설문조사를 보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후 새로운 건강문제가 생긴 비율이 더 높았다. 감염 걱정과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도 장애인이 더 높았다. 비단 인구 5%의 등록장애인뿐일까. 고령층, 유아동, 그들을 돌보는 가족까지 합치면 국가 돌봄체계가 잘 갖춰져 있을 때 혜택을 볼 수 있는 인구는 전 인구의 50% 이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감염병 유행은 또 돌아온다. 병원 간병, 이송 체계, 약 처방 등에서 장애인-노인-아동 등을 고려한 인프라를 갖추는 건 비용이 아닌 투자다. 가족이 급하게 돌보는 땜질 처방은 해결책이 아니다. 돌봄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저평가됐다. 가정에, 특히 여성에게 손쉽게 무급으로 떠맡겨진다.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돌봄체계 전체를 손봐야 한다. 당연히 예산이 더 필요하다. 세수를 늘려서라도 ‘국가책임 돌봄체계’를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용기 있게 말할 정치인을 지지하고 싶다.

우리 아이는 얼마 전 퇴원했고 우리는 운이 좋았다. 운 좋은 국민만이 불행을 피할 수 있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홍윤희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