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미국이) 탈레반에 무조건 항복한 것이다.” (마이클 맥콜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철군이) 훨씬 더 나쁘지 않았던 것이 놀랍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
미국의 20년 전쟁을 끝낸 아프간 철군을 놓고 워싱턴 정치권이 확연히 갈라진 입장을 보였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아프간 철군 청문회 얘기다. 공화당은 철군 작전이 실패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을 제기했고, 민주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철군 불가피성을 거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14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이어졌던 철군 혼란상이 의회 공방전으로 옮겨붙은 양상이었다.
미 CNN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결과적으로 취임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전쟁을 끝내느냐, 아니면 전쟁을 확대하느냐’는 선택에 직면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탈레반과 합의한 철군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군이) 더 오래 머무른다고 아프간 보안군이나 정부가 더 회복력이나 자생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반대로 중국 러시아 같은 우리의 전략적 경쟁국이나 이란 북한과 같은 적성국은 미국이 20년 전쟁을 재개하고 아프간에서 10년 동안 꼼짝없이 갇혀 있는 것을 가장 좋아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모든 미국인이 출국하기 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군 철수를 끝낸 점 △아프간인 대상 느린 비자 처리 속도 △바그람 공군기지 같은 최대 군사기지 조기 포기 결정을 비난했다. 맥콜 의원은 “미국인들은 테러리스트에게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아프간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조 윌슨 공화당 의원도 △미군 장비가 탈레반에 넘어간 점 △7월 바그람기지 조기 폐쇄 결정으로 철수 작전 중 미군 13명이 사망한 점 등을 거론하며 블링컨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더 어렵다” (일한 오마르 의원), “나는 깔끔한 철군 옵션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원장) 등의 옹호론으로 맞섰다.
다만 공화당 내 반(反) 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애덤 킨징어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계획 수립에 실패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실행에 실패했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양당의 공방은 14일 열리는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링컨 장관도 이틀 연속 청문회에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