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년 반 전 매매가격과 비슷해졌다. 2018년 1월엔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돈으로 지금은 전세를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13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4,156만 원으로 조사됐다. 2018년 1월 당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4억4,067만 원보다 약간 많고, 같은 해 2월 4억4,618만 원보다는 적은 금액이다.
수도권 전세 시장은 지난해 7월 말 '주택임대차 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 시행 후 매물이 잠기면서 크게 요동쳤다. 2018년과 2019년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0.03%, -0.53%로 하향세였지만 지난해에는 10.23%나 올랐다. 특히 지난해 8월 월간 상승률은 전달(0.83%)보다 두 배가량 높은 1.56%였고, 11월에는 2.4%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폭은 더욱 확대됐다.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10.26%로 벌써 작년 상승률(10.23%)을 넘어섰다. 서울은 8.7%, 경기 10.67%, 인천이 12.76% 상승했다. 경기는 지난해 상승률(9.95%)을 추월했고 인천은 지난해 상승률(6.18%)보다 두 배나 뛰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 송도 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45㎡는 지난달 24일 6억5,000만 원(11층)에 전세 거래돼 같은 달 12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 5억 원(13층)보다 1억5,000만 원 뛰었다. 올해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22.14%로 가장 높은 경기 시흥시 정왕동 '영남아파트6차' 전용면적 59.99㎡는 지난달 7일 역대 최고가인 3억1,000만 원(10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금액은 7월 같은 면적의 3층과 4층 매매가인 2억9,500만 원, 2억9,800만 원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임대차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10건 중 4건은 월세를 낀 반전세였을 정도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5% 상한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사용했던 매물이 내년 7월 말부터 계약 만료되면 전셋값이 또 한번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셋값의 오름폭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신규 입주 물량이 줄고, 집주인이 전세 물량을 계속 보유하거나 증여로 돌리면 기존 물량도 줄어들 수 있어 전셋값 상승 흐름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