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농지 불법 거래 의혹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 처리됐다. 여야 협의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윤 의원 사직 안건은 223명 의원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권 12표로 가결됐다. ‘사퇴가 쇼냐 아니냐’는 소모적 공방을 일단락 짓기 위해서라도 사퇴안 처리는 필요했다. 상식적인 수순대로 이제 수사를 통해 윤 의원이 투기에 연루됐는지 여부를 밝히면 될 일이다.
국회의원이 비리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으로 의원직을 중도에 사퇴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당초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부친의 불법 혐의를 전면 부정했기에 사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부친의 투기 의혹을 인정했고 “가족 곁을 지키겠다”며 사퇴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마당에 여야가 공방만 벌이며 사퇴안 처리에 미적대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사인으로서 수사를 받겠다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이제는 정치 공방을 끝내고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히고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권익위 조사 후 수사 의뢰된 다른 의원들에 대한 당의 조치는 이와 별개의 것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윤 의원의 진심 어린 결단”이라고 의원직 사퇴를 치켜세웠는데, 진심이라면 혐의 의원들에 대한 탈당 요구를 실행에 옮기기를 바란다. 탈당을 권유하는 데 그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선출직 공직자가 결기용 사퇴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표를 던진 유권자의 뜻을 가볍게 여기는 처신이다.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당에도 부담이고 국가 세금도 낭비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거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2012년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도지사직을 사퇴했다가 비판받은 이유다. 얼마 전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