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기현 환경파괴" 네거티브 관여 송병기 카톡 공개

입력
2021.09.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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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스님 동원해 김기현 시장 의혹 제기”
"혐의 못 찾아" 우려에 "무조건 기자회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재판에서 송 전 부시장이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기자회견을 모의한 정황 증거를 공개했다. 한 불교환경단체 지부의 대표를 맡았던 스님도 이 모의에 함께 참여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장용범 마성영 김상연)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송 전 부시장 등 7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 전 부시장은 송 시장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며, 현직이던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수립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송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제시하면서 “(송 전 부시장이) 2018년 1월 6일경 A 스님을 만나 길천산업단지를 논의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수첩에) ‘후대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기재돼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때 처음 A 스님을 만나 (산단 조성을) ‘환경 파괴’로 규정하는 선거 전략을 검토한 것”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이 당시 B 레미콘 업체의 길천산단 입주에 불만이 있었던 A 스님을 부추겨, “김 시장과 유착관계가 있는 인사가 산단 내 부지를 특혜분양 받았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부시장은 과거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울산시 공무원에게 길천산단 관련 자료를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과 A 스님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송 전 부시장이 스님에게 “이 문제로 방송사 국장과 상의해보겠다. (산단 내 부지를) 분양받은 B 레미콘 업체가 현재 김 시장이 특혜 준 업체”라고 보내자 스님은 ‘레미콘 업체 관련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을 보냈다. 이에 송 전 부시장은 “무조건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고발이 있어야 경찰도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송 전 부시장은 별다른 비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무조건 기자회견을 열어 B 업체 측 인사가 부지를 특혜 분양받은 것처럼 하도록 했다”며 “A 스님을 기자회견에 동원해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또 다른 카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A 스님이 “기자회견을 하면 기자들이 써줄까 걱정”이라고 하자 송 전 부시장이 “제목을 흥미롭게 달면 작더라도 받아준다. 사전에 방송국에 협조 요청하면 받아준다”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조언했다고 밝혔다. 실제 A 스님은 지방선거 이틀 전인 2018년 6월 11일 울산시청에서 산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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