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아우르는 MZ세대는 영상에 익숙하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글이 아닌 짧은 영상을 찍어 올려 소통하고 검색도 문자 위주의 네이버보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먼저 찾아 본다.
여기 맞춰 이용자 후기도 달라지고 있다. 요즘 인터넷 쇼핑 후 올리는 이용자 후기는 문자에서 영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개척한 주인공이 2018년 신생기업(스타트업) 인덴트코퍼레이션을 창업한 윤태석(34) 대표다.
MZ세대인 윤 대표가 만든 '브이리뷰'는 대화형 로봇 소프트웨어(챗봇)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영상 후기를 간편하게 올릴 수 있는 서비스다. MZ세대들이 브이리뷰를 통해 올리는 영상 후기는 월 6,000건이 넘는다. 비디오 리뷰라는 뜻의 브이리뷰는 MZ세대의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 2,100개의 인터넷 쇼핑업체들이 도입했다. 서울 성수동의 인덴트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윤 대표를 만나 브이리뷰의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윤 대표는 미국의 유명 데이터 분석기업 시넥스에서 데이터분석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영상의 힘을 알게 됐다. "국내 대기업의 전자상거래 자문을 해주면서 영상 이용률이 급증하는 것을 봤어요. 앞으로 이용자 후기도 영상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가 선보인 브이로그는 역설적이게도 영상 후기를 올릴 때 불편한 점에서 착안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후기를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려면 영상 편집과 게재까지 6,7 단계를 거치는 등 불편하죠. 이를 간단하게 줄여야 해요."
그래서 윤 대표는 당시 막 등장한 챗봇을 세계 최초의 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에 접목했다. "아마존보다 먼저 영상 후기를 도입했어요. 브이리뷰 사이트에 입점한 업체에서 물건을 사면 제품 배송 후 챗봇이 이용자에게 말을 걸어요.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카카오톡' 메신저, 해외 이용자에게는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으로 말을 걸죠."
이용자는 챗봇과 대화하며 단계별로 따라가다 보면 간단하게 영상 후기를 올릴 수 있다. "챗봇이 맛있었는지, 디자인이 사진과 똑같은지, 배송이 잘 됐는지 등등 상품에 대한 이용자 생각을 대화하듯 물어봐요. 오히려 이용자는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물어보죠. 이용자가 5점 만점의 별점까지 부여하면 챗봇이 영상 후기를 알아서 만들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죠."
실제로 이후 과정은 챗봇이 알아서 진행한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배송받은 제품 관련 영상을 찍어서 챗봇과 대화하던 카카오톡 창에 올리면 챗봇에게 답한 내용과 별점이 영상과 자동 결합돼 영상 후기가 생성돼요. 이용자는 별도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작성된 영상 후기는 브이리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고객사 사이트에도 자동 전송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체 개발해 특허를 갖고 있는 AI가 후기 내용과 맞는 영상인지 자동 검사한다. "이용자 후기를 올리면 혜택을 많이 주다 보니 제품과 상관없는 엉뚱한 사진이나 영상을 마구 올리기도 해요. 이를 AI가 걸러내죠."
AI가 1차 검사한 뒤 인덴트코퍼레이션 직원들이 다시 한 번 감수한다. "사람이 감수하면서 AI가 놓친 자료로 AI를 다시 학습시켜요. 이 같은 기계학습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AI의 정확성을 높이죠."
기업들은 불성실한 후기를 걸러내는 것을 후기 게재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러 대기업에서 불성실한 후기를 걸러내는 AI 서비스만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어요. 지금은 그렇게 AI 기능만 떼어낼 수 없어 대기업들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죠."
대기업들은 요청에 그치지 않고 이 업체를 인수하려고 윤 대표와 여러 번 접촉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어서 인수 제안을 모두 거절했어요."
챗봇과 AI로 무장한 브이리뷰는 영상 후기 작성률을 대폭 끌어 올렸다. "전자상거래 이용자가 후기를 올리는 비중은 1.2% 미만이에요. 구매자 100명 중 1명 꼴이죠. 이를 챗봇을 도입해 10% 이상으로 끌어 올렸어요."
덕분에 브이리뷰는 국내에서 영상 후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서비스가 됐다. "하루에 올라오는 영상 후기가 평균 200건, 월 6,000건이에요. 문자나 사진으로만 구성된 후기까지 합치면 더 많죠."
영상 후기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이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제품을 파악하도록 해서 쇼핑몰의 반품을 줄여주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입어보거나 만져보며 제품을 확인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러지 못해 반품이 많아요. 사진과 제품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품율이 매장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더 높아요. 덩달아 반품에 따른 배송이 부담도 매장보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더 크죠. 영상 후기는 이 같은 시행 착오를 줄여 반품율을 떨어뜨리면서 업체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죠."
윤 대표는 영상 후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발견 커머스'를 준비 중이다. "AI가 이용자의 상품 구매 이력이나 평소 무엇을 보는지 분석해서 상품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에요. 우리는 이것을 발견 커머스라고 부릅니다."
발견 커머스는 이용자도 몰랐던 취향을 찾아내 쇼핑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이끌어 줘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구매 시점을 추적하면 어느 집에 세탁세제가 떨어지는 시점을 이용자보다 쇼핑몰이 더 잘 알 수 있어요. 요즘은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개인에게 상품을 추천해 판매하는 시대입니다."
윤 대표는 브이리뷰를 발견 커머스 구현 수단으로 본다. "브이리뷰 이용 기업 2,100개에서 영상 후기를 추적하면 어떤 이용자가 어느 쇼핑몰에서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알 수 있죠. 그러면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람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어떤 제품을 구매할 지 가늠이 되죠. 이를 AI의 기계학습을 통해 구매확률이 높은 상품 추천으로 발전시키죠."
윤 대표는 발견 커머스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도입했다. "유튜브의 유명 창작자들이나 일반인들이 브이리뷰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영상 후기를 올리고 이를 본 이용자들이 구매하면 보상을 주는 방법이에요. 보상은 판매 금액의 3~7%를 줍니다. 우리는 브이리뷰 사이트에 입점한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이 중 일부를 창작자들의 수수료로 지급하죠."
윤 대표는 단점까지 지적한 솔직한 영상 후기를 강조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해요. 광고와 후기를 예리하게 구분하죠. 그래서 단점을 솔직하고 신랄하게 지적한 영상 후기를 원해요. 단점을 포함한 진솔한 후기가 구매로 이어져요. 장점만 늘어놓으면 신뢰도가 떨어져 구매를 하지 않아요."
이를 위해 윤 대표는 영상 후기를 올리는 사람들의 신뢰도도 평가한다. "영상 후기를 보고 구매한 사람들이 후기 게시자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합니다. 챗봇이 제품 구매를 하게 된 영상 후기를 얼마나 신뢰하느냐고 물어보죠. 별 5개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돼 있어요."
이 신뢰도에 따라 영상 후기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면 후기 게시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이 3~7% 범위에서 결정된다. 신뢰도가 높을수록 수수료율이 올라간다. "이런 방식으로 후기의 신뢰성까지 관리합니다."
매출은 브이리뷰 사이트에 게재된 영상 후기로 판매가 일어난 기업에서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아 올린다. "수수료율은 제품마다 다른데 경쟁이 치열한 의류와 생활용품이 많고 전자제품이 적죠."
이를 업계에서는 광고 대비 매출 지수로 평가한다. "기업들이 광고 대비 매출 지수가 300%면 성공했다고 봐요. 100만원 광고비 써서 300만원어치를 팔았다는 뜻이죠. 우리는 이 지수가 600%에요."
원래 윤 대표는 대학 시절 부업으로 무역 중개상을 하며 큰 돈을 벌었다. "주말에 일본, 싱가포르, 홍콩에 가서 국내에 없는 의류나 신발 등을 사다가 국내 판매했어요. 싱가포르의 프리미엄 차 'TWG'도 국내에 처음 들여와 팔았죠."
그렇게 번 돈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유타대 수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소비재 수출입 사업을 했다. 당시 윤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어머니에게 어려서 배운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업과 별개로 히트를 쳤다. "해당 기업에 어떤 제품이 얼마나 필요한지 분석해서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죠."
이 소프트웨어가 널리 알려지면서 윤 대표는 미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시넥스에 입사했다. 이때도 윤 대표는 고객사였던 국내 모 대기업에 필요한 제품 가격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활용했다. "당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올린 매출이 팀 전체가 거둔 매출을 뛰어넘었어요. 그래서 입사 1년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창사 이래 최단기 과장 특진을 했어요."
윤 대표는 3년 근무한 시넥스에서 대기업의 제품 판매율을 분석하며 영상의 파급력을 알게 돼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현재 47개 해외 쇼핑몰들이 브이리뷰를 쓰고 있어요. 브이리뷰 서비스가 등장하고 6개월 뒤 아마존이 유사한 영상 후기 기능을 선보였는데 활용도가 떨어지죠. 앞으로 브이리뷰를 사용하는 해외 쇼핑몰을 계속 늘릴 예정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등 투자사들도 해외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보고 직원 16명의 인덴트코퍼레이션에 45억 원을 투자했다.
올바른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윤 대표는 독특한 목표를 갖고 있다. 보유 중인 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줘 21%까지 낮추는 것이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는 환경을 위해 지분 배분을 오래 전부터 생각해서 일부 직원들에게 나눠줬어요. 회사가 충분히 성장하면 주식 매수 청구권(스톡옵션) 등으로 많은 직원들에게 지분을 더 나눠줄 생각이에요. 경영을 못하면 창업주도 해임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