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년을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전직 대통령들이 추모행사에 대거 참석해 ‘미국의 단결’을 핵심 메시지로 강조했다. 국민 보호와 테러 방지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비판에 집중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버락 오마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감안해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행사장에 입장했고, 왼쪽 가슴에는 추모의 의미인 푸른색 리본을 달았다.
참석자들은 항공기가 처음 WTC 북쪽 건물에 충돌했던 오전 8시 46분에 맞춰 묵념했고, 추모식은 유족들이 돌아가며 당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11 당시 납치된 또 다른 비행기들이 추락했던 섕크스빌과 테러 공격을 받았던 국방부에서도 추모식이 각각 열렸는데, 뉴욕 추모행사와는 약간의 시차를 둔 덕에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영상 메시지로 현장 연설을 대신했다. 핵심 키워드는 ‘단결’이었다.그는 ”9·11 테러가 벌어진 이후 우린 곳곳에서 영웅적 행위를 보았고 국가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느꼈다”며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이 최고에 있게 하는 것이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9·11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도 섕크스빌 추모식에 참석해 단결을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단합된 국민을 이끌어 자랑스러웠다”면서도 “미국의 단합에 대해서라면 그 시절은 지금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시험대에 선 비탄의 날에 수백만 국민이 본능적으로 이웃의 손을 잡고 함께 대의를 향해 나아갔다. 이게 내가 아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랬고 다시 이렇게 될 수 있다”며 단합을 호소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국내 테러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위험은 국경 바깥에서도 오지만 내부의 폭력에서도 온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며 “해외와 국내 극단주의자 모두 다원주의와 인명 경시 등 더러운 정신의 산물이고 이에 맞서는 건 우리의 계속된 의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추모식 참석은 생략한 채 뉴욕 경찰을 방문하기만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비판에 열을 올렸다. 맨해튼의 한 경찰서를 방문한 그는 “매우 슬픈 날”이라면서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엄청난 무능”으로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바보”에 비유하며 “우리는 무능이 불러온 망신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쳐야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96세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조지아주 자택에서 추모를 계획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모식 불참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복싱 경기에 특별 해설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