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애플의 인앱결제 의무화는 반(反)경쟁적 조치"라며 90일 이내에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를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외신들은 애플의 항소가 유력하다며, 외부 결제가 실현되기까진 90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자사 앱스토어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애플의 지침이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90일 내에 개발자들이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애플에 명령했다.
이본 곤잘레즈 로저스 판사는 "법원은 애플의 (결제 때 앱) 외부이동 차단(anti-steering) 조항이 불법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억압한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전국적인 처방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포트나이트' 등을 개발한 게임업체 에픽게임스가 지난해 8월 인앱결제만을 강제하는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관행을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 그간 애플은 보안상의 이유로 자사 앱스토어만을 통해 이용자들이 앱을 구매·설치할 수 있게 했는데, 에픽게임스가 이러한 운영 방식이 독점적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스 대표는 "앱스토어가 아닌 곳에서도 이용자들이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앱 판매액의 30%로 규정된 애플 앱스토어의 수수료도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애플은 앱스토어 외부에서 앱을 내려받게 된다면 애플의 평가·검토 절차를 적용받지 않은 앱이 아이폰에 설치돼 이용자가 사이버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30%의 수수료는 안전한 앱 구매 플랫폼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해당 수준의 수수료 부과도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판결은 이 같이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법원이 게임업체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외신들은 애플의 항소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결제 허용에는 90일 이상, 혹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90일 안에 항소해 해당 조치를 유예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외부결제가 허용된다면 개발자들이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 경우 1,000억 달러(약 117조 원) 규모의 모바일·온라인 시장이 뒤바뀌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