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혈관과 나란히 온몸을 순환하는 림프관이 있다. 림프관은 노폐물이 흘러가는 통로다. 정거장 역할을 하는 림프절이 겨드랑이와 골반, 서혜부(사타구니)에 있으면서 우리 몸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청소하고 면역 기능도 담당한다.
림프액이 흐르는 림프관이 망가지면 림프액이 혈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팔ㆍ다리 등에 고여 퉁퉁 붓는다. 복부ㆍ목ㆍ머리ㆍ얼굴ㆍ눈 등에도 생길 수 있다. 이를 ‘림프부종’이라고 한다.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코끼리 팔다리’로 불리는 림프부종 환자가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림프부종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지난 10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고 했다.
림프부종은 선천적으로 림프관이 발달하지 못했거나 수술ㆍ외상 등과 같은 후천적인 이유로도 생긴다. 림프부종이 생기면 통증ㆍ이상 감각 등과 함께 팔다리가 비대해지고 감염이 반복된다.
림프부종이 악화하면 림프액 정체로 인해 부은 팔이나 다리에 염증이 생기고 온몸에 감염돼 패혈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우울감ㆍ자신감 저하ㆍ대인기피증 등 정신건강 문제까지 발생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림프부종은 유방암ㆍ자궁경부암 등 암 절제 수술 후 혹은 방사선 치료 후 많이 발생한다. 특히 유방 절제술ㆍ림프절 절제술ㆍ조직 검사를 받은 사람에게 발생률이 높다.
유방암의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의 22%,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의 6%에서 수술을 고민해야 하는 정도의 심각한 림프부종이 발생한다.
유방암 수술 후 발생한 림프부종의 경우 유방 절제술을 시행한 쪽의 팔 전체가 붓는 것이 주증상이다. 통증과 팔 저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림프부종 초기에는 부종이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데, 초기에는 림프관이 유연하게 늘어나 어느 정도 적응한다. 하지만 림프부종이 만성화되면 림프관이 점차 동맥경화된 혈관처럼 딱딱하고 가늘어지면서 림프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림프부종이 악화되면 열감과 사소한 상처에도 감염돼 열이 나면서 패혈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유방암 수술 후 림프부종을 겪는 환자는 암 환자인 만큼 면역력이 약해 감염이 생겼을 때 항생제 치료를 적절히 받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림프부종은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할 수 있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압박 붕대나 스타킹, 기계 등을 이용한 압박 치료, 마사지 요법, 완화 요법 등으로 팔에 정체돼 있는 림프액을 물리적으로 짜내 부종을 줄여준다. 하지만 림프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정도로 림프부종이 악화되면 보존적 치료로는 한계가 있다.
문경철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림프부종이 심해 팔 이상 증상 및 잦은 염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림프부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림프관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및 현미경을 이용해 0.6㎜ 이하의 혈관 봉합이 가능한 초미세 수술의 성공률이 향상됐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림프부종이 심하지 않으면 림프-정맥 우회술을 시행한다. 팔에서 3~4군데를 절개해 기능이 남아 있는 0.3~0.6㎜ 정도의 림프관을 찾아 림프액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우회하는 수술이다. 림프부종이 심하면 사타구니ㆍ상쇄골ㆍ겨드랑이 등 다른 부위 림프절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문경철 교수는 “림프부종 수술을 받으면 20~30%가 완화됐다”며 “수술의 주 목적은 림프부종 완화도 있지만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암 환자 산정 특례(본인 부담률 5~10%)를 받을 수 있다. 문 교수는 “최근에는 유방암 제거와 림프절 절제술과 동시에 림프부종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림프-정맥 우회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신의료술인 만큼 정부에서 건강보험 급여화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