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허리 수술 시 ‘노쇠지수’ 따지면 합병증·사망 위험 줄어

입력
2021.09.11 00:30

80세 이상 고령인의 퇴행성 허리 질환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환자 과거 병력에 기초한 ‘수정노쇠지수’를 이용하면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정노쇠지수(mFIㆍmodified frailty index) 지표 항목은 11가지로 구성됐다. 당뇨병 병력, 기능 상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또는 폐렴 병력, 울혈성 심부전 병력, 심근경색 병력,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스텐트 삽입술 또는 협심증 병력, 약물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 병력, 말초혈관 질환 병력 또는 허혈 안정 시 통증, 감각 장애 병력, 일과성 허혈 발작 또는 뇌혈관 사고력, 신경학적 결손을 동반한 뇌혈관 사고 병력 등이다.

김경현ㆍ장현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이같은 11가지 의학적 지표가 담긴 mFI를 이용해 퇴행성 허리 질환 수술을 받은 환자군을 추적ㆍ분석했다.

연구팀은 2011년 1월~2018년 9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요추 협착증으로 감압술 또는 나사못을 이용한 유합술을 받은 80세 이상 162명(남성 80명, 여성 8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8년 간의 생존율을 살폈다.

같은 연령대임에도 개인별 노쇠(Frailty) 정도에 따라 수술 후 합병증 위험성이 달라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착안해 mFI에 맞춰 환자군을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11가지 지표를 각각 0~1 범위 점수를 부여했으며, 총합이 0점인 경우 건강환자군, 0보다 크고, 0.21과 같거나 작으면 준노쇠군, 0.21보다 크면 노쇠군으로 정의했다. 이 밖에 수술 받은 환자의 성별, 수술법 종류에 따른 차이도 알아봤다.

그 결과, 성별과 노쇠 정도, 수술법 종류에 따른 장기 생존율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 후 3개월~1년째가 되는 단기 생존율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건강환자군의 경우 교통사고로 사망한 1명을 제외하곤 100% 생존했으며, 준노쇠군은 95.3%, 노쇠군은 90.5% 생존해 노쇠 정도가 수술 후 생존율과 관련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162명의 대상군 가운데 3명의 환자가 수술 후 2개월 이내 폐렴 또는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이들이 모두 준노쇠군이나 노쇠군에 속했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현 교수는 “퇴행성 질환인 요추 협착증은 환자 활동 감소를 불러와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을 높인다”며 “요추 협착 수술은 보행 장애를 줄이고 야외 활동을 가능케 만들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순기능을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80세 이상 고령인에서는 허리 수술을 받고 합병증과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어 약물ㆍ주사 치료 등 보존적 치료 한계를 극복하려면 고령층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 과거 병력과 통증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한다면 통증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유로스파인(Neurospine(IF:3.492)’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