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구업계 1위 한샘 인수…하이마트·건설에 시너지 낼까

입력
2021.09.10 18:38
8면
현대·신세계 보유한 가구업체, 롯데도 잡나
3,000억 원 출자… 사모펀드 전략적 투자자 참여
롯데, 한샘 인수로 하이마트·건설 시너지 기대

롯데가 가구·인테리어 영역으로 몸집을 키우기 위해 국내 가구업체 1위 한샘 인수에 참여했다. 그동안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 온 롯데가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리빙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이미 보유한 건설 및 전자제품 판매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해 단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10일 밝혔다. 롯데쇼핑은 전날 이사회에서 이같이 의결했고, 이날 IMM PE로부터 참여를 확정받았다.

롯데쇼핑은 "최근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한샘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상품, 콘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번 IMM PE의 경영권 인수 PEF에 출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IMM PE와 롯데쇼핑 간의 자세한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IMM PE가 향후 지분을 매각할 때 단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롯데쇼핑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줄곧 신동빈 롯데 회장이 한샘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를 보유하고 있고, 신세계그룹도 까사미아를 인수했지만 롯데는 자체 가구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인테리어 수요가 늘면서 가구업체의 가치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했다.

롯데쇼핑이 올 하반기 리빙 콘텐츠에 관심을 드러낸 행보들도 가구·인테리어 업종 인수설을 키워 왔다. 2019년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영국 프리미엄 리빙편집숍 ‘더 콘란샵’을 열었고, 지난달 오픈한 동탄점에 더 콘란샵 2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6월에는 동부산 관광단지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롯데쇼핑 최초의 리빙 전문관 ‘메종동부산’을 오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샘과 손잡고 전국 백화점 점포에 ‘한샘디자인파크’와 ‘한샘리하우스’ 등 다양한 체험형 리빙 매장을 확대했다.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던 IMM PE는 한샘 인수전에 뛰어든 LX하우시스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온라인 고객을 확보한 롯데쇼핑을 더 나은 파트너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과 LX하우시스 모두 3,000억 원 규모의 투자확약을 했지만, IMM PE는 롯데쇼핑을 선택했다. 한샘과 경쟁 관계에 있었던 LX하우시스를 다소 부담스럽게 여겼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쇼핑은 한샘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공간을 기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샘이 스마트홈, 렌털사업,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는 데다, 롯데 계열사인 하이마트와 롯데건설 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는 게 롯데쇼핑의 분석이다.

한편 이날 한샘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롯데쇼핑의 인수에 변수가 생겼다. 한샘은 공시를 통해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가 “조창걸 명예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5인을 상대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한샘 인수 주체는 IMM PE이고 롯데쇼핑은 여기에 출자를 하는 것인 만큼 만약 IMM PE의 인수가 선행되지 않으면 롯데쇼핑의 출자 역시 무산될 우려도 없지는 않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만큼 당장 무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한샘은 지난 7월 14일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이 보유 주식 전량과 경영권을 IMM PE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조 명예회장은 한샘 지분 15.45%를 보유했고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총 30.21%다. 양해각서에는 IMM PE에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재택근무 확대와 인테리어 수요 증가로 지난해 한샘 영업이익은 전년(690억5,900만 원)보다 30.3% 증가한 990억8,800만 원을 기록했다.

박지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