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한 친오빠와 한집에' 소녀의 절규에… 靑 "분리 조치했다"

입력
2021.09.10 20:30
수년간 친오빠에게 성폭행당한 소녀의 청원
부모에게 알렸지만…뺨 맞고 꾸지람 들은 소녀
청와대 "분리 조치로 피해자 보호 최선 다할 것"

부모의 외면 속에 친오빠에게 몇 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19세 청소년의 요청에 청와대가 "적극적인 분리 조치로 피해자 보호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관련 기사 ☞ "남매가 아닌,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로 동거 중입니다")

청와대는 10일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친족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거주함으로써 추가 피해 발생이나 피해 진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청원이 접수된 직후 청원인 뜻에 따라 청원인은 정부 지원 시설에 입소했다"며 "피해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호와 지원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성폭력 등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에 더욱 힘 쏟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부는 성폭력을 포함한 가정폭력 피해자 등 도움이 절실한 사회적 취약·위기 계층에 사각지대 없이 보호와 지원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자에게 상담소와 보호시설 등 전담 기관을 통해 심리 상담과 의료 법률지원, 보호 숙식 제공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친오빠와 맞서 홀로 외롭게 재판 준비 중인 피해자

앞서 7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글은 게시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총 29만1,376명이 동의해 정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는 청원 게시 30일 안에 국민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경우 답변을 해오고 있다.

자신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오빠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고, 성폭행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남매가 한방에서 지내게 되면서 수년간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꾸지람만 들었고, 좌절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아빠가 자신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고 했다. 부모는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청원인은 전했다.

청원인은 당시 재판을 준비 중이라며 "부모님은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했고, 저는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중비 중"이라고 밝혔다.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친오빠와 한집에서 지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분리 조치를 호소했다.

이 청원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하면서 많은 이의 공분을 샀고, 이는 청원 동의 독려로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청원인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과 분리돼야 한다고 공감하며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머물러야 하는 성폭행 피해자 문제가 공론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