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일반 안경에 모바일 중앙처리장치(AP)를 달아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글라스'를 처음 선보였다. 구글, 애플 등도 이미 개발에 뛰어든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글라스가 일상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대감 한편으로는 스토킹 등 첨단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페이스북은 9일(현지시간)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벤의 제조업체 에실로 룩소티카와 손잡고 공동개발한 첫 스마트글라스 '레이벤 스토리'를 공개했다.
에실로 룩소티카가 안경 디자인을 맡고, 페북이 스마트글라스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개발자 회의에서 스마트글라스 개발 비전을 발표했는데, 4년 만에 이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외형상 레이벤 스토리는 기존 레이벤 선글라스와 큰 차이가 없다. 선택 가능한 안경 프레임 3개에다 색상, 크기 등을 달리하면 20가지 스타일을 고를 수 있다. 가격은 299달러(34만 원)부터다.
안경 프레임엔 소형 카메라 2개, 스피커, 마이크 3개, 오디오, 정전식 터치패드, 배터리를 비롯해 퀄컴의 모바일 중앙처리장치(AP) 스냅드래곤이 들어갔다. 페이스북은 "스마트글라스의 핵심은 소형화여서 모든 걸 가능한 한 가장 작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각종 첨단IT 장치가 들어있지만 무게(45g 정도)는 기존 레이벤 선글라스(40g)와 5g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안경을 쓴 채로 사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건 물론,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음성으로 '사진 찍어줘(take a photo)'라고 하면,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은 본인 스마트폰의 '페이스북 뷰(Facebook View)' 앱에 연동되고, 여기서 여러 편집 기능을 이용해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 이날 "우리는 가상현실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점에 미뤄, 2세대 스마트글라스엔 증강현실(AR) 기능이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애플, 구글 등도 증강현실 기능이 추가된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구현을 돕는 스마트글라스 같은 가상기기가 10년 안에 일상화될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다만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레이벤 스토리만 해도 사진, 동영상을 찍을 때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백색광을 비추도록 설계돼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몰카'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 역시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공중화장실 등에선 스마트글라스를 끄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를 함께 내놨다. 외신 더 버지는 "스마트글라스가 스토킹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