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교수 성희롱 고발 학생 "가해자 미술계에서 절대 권력 누려"

입력
2021.09.10 09:00
A교수 파면 요구한 피해학생
"미술계 영향력 때문에 여학생들 알고도 말 못해"
"A교수, 사실 부정... 제보자 색출 멈춰라"

홍익대 미술대학의 한 교수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왔다는 주장이 학생들 다수로부터 제기된 가운데, 피해 사실을 폭로한 학생 중 한 명은 "가해 교수는 미술계에서 절대 권력을 누렸다"며 "교수와 제자 이상의 권력구조가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홍익대 미대 A교수 피해 폭로 학생 B씨는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성희롱과 인격모독적 발언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교수의 협박성 발언으로 인해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로 인해 피해를 받고 휴학 자퇴 더 나아가 미술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예술을 배우고자 왔던 꿈 많은 학생들이 예술을 가장한 폭력에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폭로 계기를 밝혔다.

앞서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관계 요구를 포함해 광범위한 언어 폭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A교수는 성희롱 발언 외에도 "사람 한 명 잘되게 하는 건 어려운데, 앞길 막는 건 정말 쉽다" "협박하는 것 맞다. 분란 만들면 앞으로 미술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해당 교수가 미술계의 이름 있는 작가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고, 이로 인해 학생이 미술을 그만두는 사례도 생겼다는 게 B씨 설명이다.

B씨는 "A교수는 성희롱 외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외모평가부터 정신과 진료 폄하 등 비인격적인 발언을 이어 왔으며, 사적인 자리에서는 해당 교수의 개인 사업을 위한 강도 높은 노동에 참여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B씨는 A교수가 현재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고 있으며, '제보자 색출'에 나선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언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무작정 부인하는 것은 뻔한 가해자의 태도"라면서 "예민한 학생들의 반응 정도로 치부하지 말라. 이는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라고 주장했다.

B씨는 "피해 학생 모임은 교내 성평등상담센터에 진술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학교 측에 A교수의 영구 파면을 요청하고 심각한 사례의 경우 형사고발을 할 예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보복당하지 않고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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