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텔레그램 '손준성 보냄' 조작 정황 없다고 판단

입력
2021.09.1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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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휴대폰 포렌식 작업 마쳐
'손준성' 이름 바꾼 흔적 못 찾은 듯
검찰, 본격 수사 대비 인력 충원 검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의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이 고발장 등을 전달한 통로인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된 정황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조작설'을 걷어낸 대검은 수사 전환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부 감찰3과는 제보자가 임의 제출한 휴대폰 포렌식(디지털 증거 복원) 결과와 각종 첨부자료 분석 등을 통해 제보자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조작한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손준성 보냄' 문구가 적힌 텔레그램 사진 파일의 진위 확인을 진상조사의 첫 단추로 삼았다. '손준성 보냄' 문구는 윤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개입 의혹을 밝혀줄 핵심 증거로 꼽혀왔다.

손준성 검사는 지난해 4월 3일과 8일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건네며 야권에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 부부와 한동훈 검사장을 공격한 범여권 인사와 기자 등이 피고발인으로 적혔다. 문제의 고발장 등은 텔레그램을 통해 '손준성 검사→김웅 의원→제보자'로 전달됐다고 알려져 있다.

대검은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제보자가 '손준성 보냄' 문구를 임의로 변경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에서는 사진 파일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 번호를 '손준성'이라고 저장해 놓으면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김웅 의원에게 사진파일을 받은 제보자의 휴대폰에선 '손준성' 이름으로 변경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에서 전날 '제보자가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서둘러 밝힌 것도 자료 조작 정황이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검은 연구관 인력 증원을 검토하는 등 본격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대검에서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검이 수사 전환 시점을 자체 판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9일에도 국회에서 "법률 검토를 했더니 5개 이상 죄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수사 필요성을 재차 밝혔다.

다만, 검찰이 손준성 검사 등 핵심 당사자의 명확한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못했다면, 곧바로 수사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선 검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고발이 들어오면 수사가 가능한데 고발장이 제출된 게 없다"며 "정치권의 수사 요구가 아무리 높아도 범죄 혐의가 명확해야 입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