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친환경'과 '무인 자율 시스템'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신기술을 총망라한 ‘친환경 물류·배송’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무인 트럭이 택배를 나르고 로봇개가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 본부’ 안에 물류·배송 담당 ‘로지스틱스 그룹’을 구성하고, 신사업 구체화 작업에 착수했다. 로지스틱스 그룹은 친환경 물류, 데이터 기반 배송 솔루션 등을 개발 중이다.
관련 인력도 적극 늘리고 있다. 이미 자율주행, 차량관제, 물류·배송 분야 인력을 대거 충원한데 이어, 최근에는 물류배송 디바이스, 솔루션, 서비스 부문 신사업 기획 인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 서비스, ‘무인배송 시스템' 관련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친환경 물류·배송 사업을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과 함께 준비 중이다. 포티투닷은 송창현 현대차그룹 TaaS 본부장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모빌리티 플랫폼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사의 친환경 차 강점을 물류 단계마다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제품이 생산공장에서 물류창고로 이동하는 일명 ‘퍼스트마일’ 단계에서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대형 수소전기 트레일러가 투입된다.
이어 물류창고에서 각 지역 거점으로 이동하는 ‘미들마일’과, 지역 거점에서 주문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라스트마일’ 단계에선 전기 트럭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거점마다 수소·전기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원활한 배송을 도울 예정이다.
특히 라스트마일 단계에서는 사람이나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까지 UAM, 로봇 등을 투입해 상품을 배송하는 '무인 배송'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약 1조 원을 투자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보행 로봇 ‘스팟’이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무인배송 시스템은 아마존·구글의 ‘드론 배송’, 자율주행 스타트업 ‘누로’의 4륜 배송로봇 ‘R2’ 등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친환경 물류·배송 준비는 정의선 회장이 추구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라며 “도요타, GM, 포드 등도 물류·배송 사업 진출을 선언한 만큼, 현대차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