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미스터리다."
9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첫 순회경선이 열린 충청에서 권리당원의 투표율이 저조한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4, 5일 진행된 충청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7만4,970명 중 3만7,213명이 투표에 참여해 49.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첫 순회경선지였던 호남의 권리당원 투표율(69.3%)과 비교해 20%포인트 정도 낮아진 수치다. 권리당원은 입당 후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온 '열성' 당원이 다수다. 이들의 과반이 투표를 기권한 것으로, 당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세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7월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래 이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지사의 지지율이 과반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직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권리당원들이 '어차피 후보는 이재명(어후명)'이란 분위기에 투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순회경선 직전 후보 TV토론 시청률이 1% 안팎에 그치는 등 경선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결이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불참한 권리당원 중 다수가 '이 지사를 민주당 대선후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일종의 '반쪽 대세론'이란 것이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의 홍익표 정책총괄본부장은 전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권리당원 투표율이) 60%까지 나오는 게 정상적이지 않은가 싶은데, 후보들 역량이나 만족도가 당원의 눈높이를 못 맞추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를 지켜보다가 '이재명 때리기'에 몰두하는 모습에 실망해 불참한 당원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당내 경선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의 저조한 투표율은 이 전 대표에게 악재다. 첫 순회경선에서 '예상 외' 압승을 거둔 이 지사의 독주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반등의 계기가 절실한 이 전 대표 측이 최근 투표 독려에 올인하는 이유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전날 "누적 투표율이 50.2%로 저조하다. 권리당원 절반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 가장 영광스러운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며 투표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캠프 전체가 전화, 문자 등을 통해 당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이에 경선 투표율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7일부터 시작된 대구·경북 권리당원의 최종 온라인 투표율은 63.08%로 집계됐다. 강원에서도 1일차 온라인 투표율이 33.03%를 기록했다. 국민·일반당원으로 구성된 1차 선거인단(약 64만 명) 투표율도 9일 정오 기준 65.84%에 달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충청 권리당원의 낮은 투표율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투표율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민주당의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수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14일까지 모집하는 선거인단 규모는 지난 19대 대선(214만 명)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