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집회에 참석해 계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른 고(故) 이소선 여사의 명예를 회복할 재심이 41년 만에 열렸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는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며 한국 노동운동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9일 1980년 계엄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 여사의 첫 재심 공판을 열었다. 청계피복노조 고문이던 이 여사는 계엄당국의 허가 없이 1980년 5월 4일과 9일 노동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계엄당국은 이에 불법집회에 참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이 여사를 체포했고, 같은 해 12월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심은 지난 4월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서인선)가 이 여사를 비롯해 총 5명(4건)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를 결정하면서 열리게 됐다. 검찰 측은 이날 "전두환이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피고인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홍순욱 부장판사는 이 여사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며 검찰과 변호인으로부터 집회와 연설 관련 추가 자료 및 아들 전씨 발언 중 연설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여사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태삼씨도 이날 재판에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특히 전씨는 어머니가 체포되던 순간을 설명하며 다시는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손한 간첩이 침투했다면서 동네를 포위해 가가호호 뒤지던 중, (군부가) 속치마 바람이던 어머니 머리채를 휘어잡고 구치소로 끌고 갔다"고 회상하면서 "재판을 통해 (한국이) 정의로운 나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나라가 되고 어머니 명예가 회복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재차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은 이 여사와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만든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 사수투쟁이 열린 지 44년 되는 날이다. 그는 "노동자들이 역사의 아픔과 고통, 약자에 대한 공권력의 탄압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특히 전두환이 5·18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