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사회 교과서에 포함된 '종군위안부' 표현을 '위안부'로, '강제연행'을 '징용'이나 '동원'으로 바꾸겠다는 출판사들의 정정 신청을 일본 문부과학성이 승인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모두 29개 교과서의 관련 표현 64군데가 수정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표현이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적절하지 않다"는 공식 견해를 채택한 뒤 출판사들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설명회까지 열고 정정 신청 기한을 안내한 뒤 벌어진 일이다.
위안부 표현에서 굳이 '종군'을 삭제한 것은 군 관련성을 회피하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징용 역시 '강제'라는 수식어를 지워 불법성을 희석하려는 것이지만 이는 여전히 남아 있는 많은 증언이나 그간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와도 배치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조사 결과로 나온 고노 담화는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으로 시작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있고 위안소 생활이 '강제 상황하의 참혹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강제동원 역시 다양한 모집 형태가 있지만 현장에서 참혹할 정도의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증언이 적지 않다.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며 이들을 기리는 시설을 설치하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 약속과 정반대로 군함도 홍보센터를 설치했다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유감 및 시정 요구까지 받았다.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려는 일본 우파의 시도는 늘 있어 왔지만 이런 주장이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되는 추세는 아베 정권 이후 두드러진다. 그러지 않아도 보수화 경향이라는 일본 사회를 정권이 부추기며 끌고 가는 퇴행적인 작태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표현을 고치고 미화한다고 역사의 과오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나아가 잘못된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는 한일 과거사 문제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