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입성 직전, 해외로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내 인생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다”며 아프간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현재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다.
가니 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전임자들과 유사한 비극적 결말을 맞아 후회스럽다”며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점에 대해 아프간 국민들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도피 당시 상황에 대해선 “1990년대 내전 때 겪었던 끔찍한 시가전이 다시 벌어질 위험이 있으니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경호원들의 조언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떠나는 게 카불과 600만 시민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민주적·자주적인 번영 국가를 만들기 위해 20년 세월을 바쳤다”며 “국민을 버리는 것을 결코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탈레반이 새 과도 정부 구성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가니 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공개한 페이스북 영상 메시지에서는 귀국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 성명에서 귀국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도피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도주 당시 국고 수백 만 달러를 훔쳤다는 의혹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재정 문제에 관해 양심적이며 내 모든 재산은 공개적으로 신고했다”며 “모든 의혹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유엔이나 독립적인 수사기관에서 회계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