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웃으며 손 흔든 9·11테러범들...20년 가까이 재판 시작도 못해

입력
2021.09.08 18:54
2,976명 살인 혐의 9·11 테러범 5명 공판 전 심리 출석
혐의 인정했지만 고문으로 증거 획득했다고 주장
증거 효력 다투느라 정식 재판은 18년째 시작도 못해

9·11테러 발생 20주년을 나흘 앞둔 7일(현지시간) 테러에 연루된 용의자들이 법정에 나왔다. 이들은 법정에서 희생자 유가족에게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짓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미 ABC방송에 따르면 9·11테러 설계자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전 알카에다 작전사령관과 공모자로 지목된 왈리드 빈 아타시, 람지 빈 알시브, 무스타파 알 아우사위, 아마르 알 발루치 등 5명은 쿠바 관타나모 미군 해군기지 특별군사법정에서 진행된 공판 전 심리에 출석했다. 이들은 테러로 2,976명을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심리 과정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신원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다들 “예”라고 짧게 답했다. 모하메드는 심리 내내 웃음을 지었고, 중간 휴정 시간에 법정을 빠져나올 때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들은 9·11테러는 물론,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2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 사건,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참수 사건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2002~2003년 체포됐지만 20년 가까이 재판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 2012년 재판이 결정된 뒤 9년째 공판 전 심리만 40차례 진행됐다. 정식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대 쟁점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심문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의 효력 여부다. 이들은 테러 혐의는 인정했지만, CIA가 심문 과정에서 고문을 했으며 고문에 의한 증거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리 절차에만 또 다른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케빈 파워스 보스턴대 국가안보 전문가는 "재판 지연 이유는 사법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9·11테러범들의 공판 전 심리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이후 11월 재개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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