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지 10년은 더 된 가게 상호명이 떠있어요. 성범죄자들 주소도 10년 전 것인가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주거지 인근 성범죄자 정보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성범죄자 알림e(알림이)' 서비스 지도가 2016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전 사라진 건물과 변경된 음식점 상호가 버젓이 표기돼 있고, 신상정보공개 대상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지가 엉뚱한 곳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있다. 성범죄자 알림이가 주민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일보가 성범죄자 알림이 지도와 현장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성범죄자 집 옆에는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 것으로 지도에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17층 규모의 대형 호텔이 영업 중이었다. 방이동의 또 다른 성범죄자 거주지 인근에는 성범죄자 알림이에는 없는 신축 빌라가 들어서 있었다.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옆 음식점 상호도 수년 전 사라진 이름 그대로였다.
랜드마크 건물 표기도 알림이 지도에선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 7월 철거돼 이전된 구 노량진수산시장도 알림이에선 이전 주소로 표기돼 있었다. 이 자리에는 동작구에서 운영하는 축구장과 야구장이 들어선 지 오래다.
이처럼 성범죄자 알림이가 엉터리인 이유는 2016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지도를 업데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정확한 정보는 시민들 불신을 사는 원인이 되고 있지만, 성범죄자 등록정보 공개와 알림이 사이트 관리를 맡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알림이 지도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서비스 '브이월드'를 활용하고 있으니, 업데이트 일정은 국토교통부에 문의해 달라"고 책임을 돌렸다. 업데이트 주기 규정이 담긴 성범죄자 알림이 운영매뉴얼 공개 요청에 대해서도 "경찰청과 법무부가 공동 관리하는 대외비 문서"라며 거부했다.
국토부는 성범죄자 알림이 지도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이유조차 알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호명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검색 관심지점(POI)'의 마지막 갱신연도가 2016년도로 돼 있다"며 "이전에는 계속 업데이트가 됐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2016년 이후에는 데이터가 갱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건물과 상호, 기관명은 주소를 식별하는 핵심 정보라는 점에서 지도 갱신 문제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반 시민들은 지번이나 도로명 주소에 익숙지 않은 탓에,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건물이나 상호를 기준으로 위치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한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을 접한 뒤, 성범죄자 알림이에 접속해 봤다는 이모(36)씨는 "강씨처럼 알림이에 등록돼 있지 않은 성범죄 전과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그나마 등록된 정보조차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하고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마음먹었다면, 여가부와 국토부가 위치정보가 제때 업데이트되는지 책임감을 갖고 챙겼어야 했다"며 "특히 신상공개 조치는 성범죄 예방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고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