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느끼고 아는 존재 외

입력
2021.09.10 04:30
19면
교양·실용

△느끼고 아는 존재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김승옥 옮김. 일흔이 넘어서도 끊임없이 의식 문제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가 느낌과 감정이 생명 유지에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정리했다. 생각하는 인간, 감정을 느끼는 인간에 대한 탐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느낌과 감정은 불가시적 특성을 지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분리한 심신이원론을 주장하며 이성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저자는 올바른 판단력이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반박한다. 이성에 가려져 있던 감정의 세계로 안내한다. 흐름출판·236쪽·1만7,000원

△57번 버스

대슈카 슬레이터 지음. 김충선 옮김. 백인 사샤와 흑인 리처드의 극명히 대비되는 이야기를 통해 젠더, 인종, 장애 등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10대의 삶을 풀어냈다. 57번 버스에서 리처드와 친구들이 사샤에게 화상을 입히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 끼어들게 된다. 오클랜드에서 거주하던 저자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오클랜드 57번 버스에서의 화재' 기사에서 비롯된 책이다. 정체성, 편견과 혐오, 회복을 위한 공동체의 역할과 사법제도의 방향성,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지 독자에게 질문과 고민을 안긴다. 돌베개·364쪽·1만5,000원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짐 디피디 지음. 장상미 옮김. 9·11테러 20주기를 기억하며, 사고 당시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갠더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실화를 담았다. 2001년 9월 11일 참사의 순간, 미국 상공에는 4,546대의 비행기가 운항 중이었다. 불안함 속에서 갠더에 35대의 비행기와 6,595명의 사람들이 불시착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 일을 멈추고 낯선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보살핀다. 공포와 충격 속에 휩싸였던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의 환대와 돌봄으로 안정을 되찾는다. 타인과 타인의 곁을 나누는 것이 두려움과 고통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전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의 원작이다. 갈라파고스·304쪽·1만5,500원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지음. 우울증에 걸린 여성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 반기를 들고, 우울증이라는 의학 지식이 만들어져 온 사회적 맥락을 파헤친다. 책은 스스로가 우울증에 걸린 여성이기도 한 저자가 우울증에 자주 동반해 나타나는 '히스테리아'를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성의 우울증을 들여다봄으로써 여성이 사회적 편견 속에서 이해받지 못했던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아시아·322쪽·1만6,000원

△힙 베를린, 갈등의 역설

이광빈·이진 지음. 극단으로 치닫던 과거를 디딤돌로 삼아 합의와 토론의 정치 문화를 만든 분단기 독일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통합의 모델을 제안한다. 연합뉴스 독일 특파원과 재독정치문화학자로 만난 두 저자는 분단 시기 가장 첨예하게 부딪친 공간 베를린이 '차이에 대한 인정'을 통해 공존과 저항의 도시로 변화해 간 모습을 그린다. 또 통일 과정에서 불거진 서독 내부 갈등을 조명함으로써 여러 갈등 문제로 가득찬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을 준다. 책 시작 부분에 독일과 한국의 데자뷔 같은 사건들을 화보집처럼 엮는 등 시각물도 풍성하다. 이은북·260쪽·2만5,000원

△세상과 은둔 사이

김대현 지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인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상황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겪어 온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억압을 드러낸다. 저자는 서른 살 이전까지 자신이 게이임을 확신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5년 동안 게이로서 체험한 세상에 대해 써내려가면서 "커밍아웃은 한 방에 따는 자격증이 아니라 일생에 걸친 과정"이라며 여전히 '은둔'의 상태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오월의봄·224쪽·1만4,000원

△χ의 존재론을 되묻다

최세만 외 지음. 인간중심적 철학의 극복을 모색해 온 '박동환 철학'에 대해 후학과 연구자가 모여 나눈 논쟁을 책으로 펴냈다. 지난해 한국연구원이 개최한 제1회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과 질문·답변을 엮은 책이다. 'χ의 존재론'이라는 책으로 알려진 박동환 철학은 기존 철학과 다른 시각과 개념을 적용해 그 깊이를 알기 어려웠다. 미지의 초월적 χ, χ로부터 생성된 기억과 상상의 존재로서의 χ, 이 두 차원으로 구성된 χ의 존재론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연, 차이, 다양성의 지위를 되찾는 획기적인 철학이다. χ의 존재론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한국 지성계 일각에서 벌어지는 지적 모험의 생생한 풍경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월의책·400쪽·2만3,000원

△루디크러스

에드워드 니더마이어 지음. 이정란 옮김. 자동차산업 전문 기자인 저자는 전현직 테슬라 임직원과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신화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테슬라가 실리콘밸리 방식의 혁신이라며 계속해서 신제품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을 과장이라고 꼬집는다. 또 저자의 취재에 따르면 테슬라는 차량 품질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원천 차단하고, 주행 중 일어난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비밀서약까지 강요한다. 우리가 테슬라라는 기업의 역량이 아닌 머스크가 만들어 낸 환상에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빈티지하우스·379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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