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40년까지 화석연료를 수소에너지로 대체하는 ‘수소사회’ 구현에 나선다. 이를테면, 석탄·석유를 쓰는 화력발전 대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전기를 생산해 가정집, 산업체에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 상용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이동수단(모빌리티) 분야에서 수소에너지 활용을 적극 확대해 ‘탄소중립’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통해 이 같은 ‘수소비전 2040’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수소에너지를 쓸 수 있는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수소는 2050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750조 원), 연간 CO₂ 감축 효과는 60억 톤 이상에, 고용 창출 효과는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그리는 수소사회는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주택, 빌딩,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 발전소가 만든 전기를 쓰지만, 수소사회에서는 각 건물마다 설치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발전소 역할을 대체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재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을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급과 200㎾급 연료전지시스템도 처음 공개했다.
100㎾급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보다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급은 넥쏘의 시스템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높아진다. 내구성도 2~3배 높여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사회의 발전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워 유닛 모듈’은 메가와트(㎿)급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시스템으로, 100㎾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여러 개 연결해 500㎾, 1㎿ 등 다양한 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전력 소모량이 큰 대형 선박, 기차, 건물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이 시스템이 적용될 ‘플랫형 연료전지시스템’은 두께가 25㎝ 정도에 불과해 향후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다목적차량(MPV), 트램, 소형선박 등에 적용될 수 있다.
현대차는 또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처음으로 상용차의 전면 친환경 전환 계획도 발표했다. 2028년까지 대형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고, 이후 출시되는 신모델은 모두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한다. 이를 통해 2030년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 톤 이상의 수소 수요가 창출될 전망이다.
수소 상용차를 앞세워 연 40만 대에 이르는 유럽 중대형 상용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2030년 700만 대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소형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장 5∼7m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개발하고, 향후 상용차 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까지 결합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날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무인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도 최초로 공개했다. 수소연료전지와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신개념 운송 모빌리티로,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트레일러 드론의 동력 플랫폼인 ‘e-보기’는 화물운송·건설·소방·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FK’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이 결합된 모빌리티 ‘레스큐 드론’ △이동형 수소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 △연료전지를 갖춘 험로주행용 ‘재난구호차량’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