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여의도 정치에 간만에 등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기름을 붓기 위해서다. 이 전 대표는 "민주주의 체제를 교란시키는 국기문란행위"라고 비판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가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한 마디는 여권에 내리는 '총공격 지침'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가 '존재'를 드러낸 건 19일 만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에 내정해 시끄러웠을 때, 이 전 대표가 나타나 단번에 상황을 정리했다. 이번엔 '윤석열 의혹 키우기'에 나서면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대표였던 지난해 총선 때 '야당이 세 가지 공작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하나는 감사원, 두 개는 검찰에서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준비했다는 2개 중 하나가 이것(고발 사주 의혹)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당대표였을 때 받았던 제보'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의혹에 신빙성을 더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그때 내가 미리 경고를 했기 때문에 그런 행위(고발 사주)를 하려다가 안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이 전 대표는 출처를 언급하지 않은 채 "공작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수차례 했다.
이 전 대표는 '황교익 사태'가 수습된 이후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정치 9단'인 이 전 대표가 고발 사주 의혹이 번지는 시점을 골라 다시 전면에 나타난 건 이번 의혹이 윤 전 총장에게 상당한 상처가 될 거라고 봤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혀 왔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는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간헐적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부각될수록 야권을 중심으로 '상왕 정치' 비판이 커질 수도 있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게 여의도의 정설이다. 충청권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가 압승하는 데에도 이 전 대표의 힘이 작용했을 거라는 시각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충남 청양 태생으로, 19, 20대 국회 때 세종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된 이후 보다 본격적으로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7일 "경선 이후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인데, 거기에 참여해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