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대검찰청에 공익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감찰부를 통해 진상조사에 나선 검찰은 진상조사 차원을 넘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공익신고서와 관련 자료가 최근 대검찰청에 제출됐다. 제보자는 전날 대검에서 공익신고자 신분으로 전환됐다는 통보도 받았다.
제보자는 대검에 텔레그램 메신저 화면과 각종 대화 메시지가 포함된 휴대폰도 제출했다. 제보자가 핵심 증거로 평가받는 자신의 휴대폰을 대검에 제출하면서 진실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검에서 공익신고서를 접수함에 따라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대검 감찰부에서 진행 중인 진상조사 방식으로는 의혹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해도 당사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권에선 윤석열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 요청'을 지시했거나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면 직권남용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근으로 꼽히는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3일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 전 총장과 가족 등을 공격한 범여권 인사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을 건넨 인물로 지목돼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윤 전 총장이 개입했다고 해도 직권남용 혐의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발 요청 지시는 검찰총장의 직무 권한에 해당되지 않아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서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며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법조인도 있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자신과 가족의 명예훼손 피해가 담긴 고발장 전달을 지시했다면 지위를 남용한 사적인 업무 지시로 비난받을 일이겠지만,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손준성 검사가 사실상 총장의 수족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냈다는 점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내밀한 지시까지 이행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의 역할을 감안하면, 총장의 직권을 포괄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준성 검사가 고발장 작성과 전달에 관여했을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이 거론된다. 다만 손 검사가 검찰 내부 수사정보를 토대로 고발장을 작성한 뒤 전달했을 경우에만 고려해 볼 수 있는 혐의다.
고발장 전문을 살펴본 법조인들은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수사정보보다는 미디어에 이미 노출된 오픈소스가 많아서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 검사가 실명 판결문을 유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당사자들의 형사처벌 여부보다는 진상 규명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성은 검찰 존재의 근간이 되는 핵심 가치"라며 "검찰총장의 조직 사유화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