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모두가 힘든 것은 아니다. 더러는 웃었고, 표정 관리 중이다. 배달업이 흥할 줄 몰랐고, 인테리어 업계에 이처럼 큰 볕이 들 줄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이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가를 연일 새로 쓰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기능적 측면이 강조됐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혔던 데서 감성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공예'도 마찬가지.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대, 공예가 인류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할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8일 충북 청주 문화제조창에서 막을 올린다.
7일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내달 17일까지 40일간 열린다. 조직위 관계자는 "공예의 본래 가치와 역할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세계인에게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전 세계 32개국에서 내로라하는 작가 309명이 총 1,192점을 출품했다"고 말했다.
지구촌 최대 공예축제인 이번 비엔날레는 코로나19 여파로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상 최초로 온라인 전시와 병행해 열린다. 문화제조창에서 펼쳐지는 본전시, 국제공예공모전, 초대국가전 등 모든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www.okcj.org)를 통해 공유된다.
특히 단순 랜선 투어, 관람이 아닌 다채로운 방식으로 관람전시를 선보인다. 실내 전시장을 드론으로 촬영해 새 시각을 제공하는 ‘드론투어’, 작품을 만드는 전 과정의 소리를 모아 놓은 ‘ASMR 공예’, 작가 본인이 전지적 시점에서 촬영한 ‘브이로그 공예’ 등이 눈길을 끈다.
주제를 담은 본전시에서는 공예를 통해 공생을 실천하는 세계적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 뜨개질로 해양 생태계를 표현하는 물야나(인도네시아), 천연 염색과 손바느질로 독특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솜폰 인타라프라용(태국)의 작품이 눈에 띈다. 두 사람은 작업을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하고, 수익금으로 지역 아동교육 사업에 지원하는 공예가로 유명하다. 환경 작가인 바네사 바하가오(포르투갈)는 섬유공장에서 버려진 자투리 천에 숨을 불어넣는 직물 기법으로 ‘공생’을 이야기한다.
이번 초대국가관의 주인공은 예술과 낭만의 나라, 프랑스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중인 3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오브제-타블로, 감촉의 프랑스’란 주제에 따라 프랑스 공예 특유의 감성적인 작품들이 출품됐다. 초대국가관에선 지역 작가와 프랑스 작가가 함께하는 아트투어도 진행한다.
11회째를 맞은 국제공모전에는 47개국에서 874개 창작품이 쏟아졌다. 2019 비엔날레보다 74점이 많은 숫자다. 대상작은 국내외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정다혜(한국) 작가의 ‘말총-빗살무늬’가 뽑혔다. 상금 5,000만 원을 거머쥔 정 작가는 “말총은 고향 제주의 전통 재료다. 말총에 관한 지난한 탐구가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 같아 가슴 벅차고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 기간 청주지역 7개 국·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릴레이 특별 전시회를 마련한다. 미래 공예의 가치·산업을 모색하는 학술 심포지엄이 이어지고, 작가와 생활 공예인들이 작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공예 마켓’도 열린다.
조직위원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은 이날 오후 문화제조창 주전시장에서 열린 국제공모전 시상식 겸 전야제에서 “바이러스 팬데믹이란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공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 공예비엔날레가 상처입은 세계인을 치유하는 희망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