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낙태금지법 논란' 美 법무부, 여성·의료시설 지원천명

입력
2021.09.07 08:49
법무장관 "폭력이나 재산침해 용납하지 않겠다"

미국 텍사스주(州)의 낙태(임신중단) 금지법 시행이 논란이 된 가운데, 미 법무부가 임신중단 여성과 관련 의료기관에 대한 법적 보호 계획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텍사스 법을 비판한 후 나온 조처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임신중단을 사실상 금지했다는 비판을 받는 텍사스주의 '심장박동법'에 맞서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의료시설 접근 자유법'을 근거로 임신중단을 결정한 텍사스 거주 여성과 관련 의료시설 및 보건소가 공격받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연방 법 집행기관이 지원한다. 의료시설 재산 침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994년 시행된 이 법은 임신중단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얻으려는 이들을 해치거나 방해하는 물리적 방해, 무력 위협·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갈런드 장관은 "우리는 텍사스에 있는 법무부 기관, 연방수사국(FBI) 지역사무소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심장박동법이 시행에 들어가자 성명을 내고 "수백만 여성들이 고통받게 됐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해당 법의 시행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연방대법원에 대해 "여성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했다"고 비난했다.

텍사스주 심장박동법의 골자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임신중단을 하면 성폭행 등에 의한 임신이었다 해도 예외 없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입덧 등 신체적 변화를 느끼는 시기가 임신 9주쯤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임신중단 자체를 금지한 셈이다. 특히 주정부가 단속하지 않는 대신 법을 어긴 사실을 인지한 시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인정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당시 대법원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단계(임신 22~24주) 이전에는 임신중단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미국 사법 역사의 기념비적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논란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열되고 있다. 다른 지역 공화당들은 유사 법안 마련에 앞장서는 반면, 여성단체들과 민주당 측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 의회는 항의 차원에서 텍사스와의 상품·서비스 거래와 공무원 출장을 금지하는 결의안 표결을 준비하고 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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