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1순위' 경북 의성으로 청년들이 모인다

입력
2021.09.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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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의성 정착 청년 74개 팀 121명…
줄기만 하던 안계면 청년인구 증가 기적
비건 카페 운영 이서연씨 "차별화로 승부" 기염
전문가, "관광·정착 사이 관계 인구 개념에 주목해야"

경기 광명시에서 카페를 하던 이서연(31)씨는 7월 이모와 함께 경북 의성 의성읍에 비건(채식주의) 베이커리 카페인 ‘오밀조밀’을 열었다. 경북도와 의성군이 시행하는 청년창업 지역정착 지원(옛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을 통해서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이지만, 청년 수혈에 올인하는 지자체라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비건 음식이 낯설 법도 했지만 뜻밖에도 주민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도박에 가까운 개업이었지만, 순항 중이다. 반신반의하던 나머지 가족들도 의성으로 이주를 생각할 정도가 됐다.

지방소멸 위험 전국 1, 2위를 다투는 경북 의성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유출 방지를 넘어 유입을 통한 지방소멸 위기극복을 위한 ‘이웃사촌 시범마을’ 등 지자체의 노력으로 찾아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씨처럼 2019년부터 경북도와 의성군의 지원사업을 통해 이곳에 정착한 도시청년은 8월 기준 74개 팀 121명으로 집계된다. 덕분에 의성군 서부지역 거점인 안계면의 청년(19~45세) 인구가 2018년 972명에서 최근 1,007명으로 35명 '증가'했다. 그 수가 많진 않지만, 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이 사업은 ‘그냥 지원금 줄 테니 귀촌·귀농하라’는 여는 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일자리와 주거, 복지체계를 두루 갖춘 신개념 청년마을 조성 프로젝트다. △청년일자리 창출 △주거공간 개선 △문화ㆍ의료 등 생활여건 개선 △마을공동체 강화 등을 통해 도시청년들도 살 만한 고장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 지원센터를 열고 청년들의 정착 지원을 세심하게 살핀다.

내년까지 총 1,200억 원이 투입된다. 의성지역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그 성과를 분석,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성공’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가능성을 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도시청년들은 안계면 ‘청춘구 행복동’ 등에서 먼저 몇 달간 시험적으로 살아본 다음 영구 정착 여부를 결정한다. 일부는 스마트팜 등에서 딸기농사 등 영농기술을 배운 다음 청년 농사꾼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의성읍 청년테마파크를 위탁 운영 중인 노희성 사이다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자발적 커뮤니티를 통해 청년들을 유인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전체를 대상으로 2018년부터 본격화한 도시청년시골파견제(청년창업지역정착지원)를 통한 경북지역 정착 인원은 6월 말 기준 113개 팀 181명에 이른다.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을 접은 이들이 있었다. 문경시 산양면의 고택을 리모델링한 카페 ‘화수헌’은 전국적 명소로 부상했다.

의성군은 내년부터 주민 공동체 활성화, 복지 문화 인프라 구축, 기업유치, 청년 완전 정착 등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지금까진 가시적 성과보다는 청년이 의성으로 올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주력한 시기였다"며 "청년 수요를 반영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