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좀 내리나 했더니… 美 허리케인 악재에 상승 조짐

입력
2021.09.06 22:15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기름값이 추석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지난달 말 석유생산 시설이 밀집한 미국 남동부 멕시코만 일대를 할퀸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의 후폭풍으로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배럴당 71.2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낮았던 지난달 19일(65.35달러)에 비해 9% 이상 오른 수준이다.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3주 뒤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반영되는 점으로 미뤄, 8월 둘째 주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국내 휘발유 가격도 추석 직전쯤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에서도 석유생산 시설이 밀집된 남부 멕시코만 지역 피해가 워낙 커 시설 가동이 대거 멈췄기 때문이다. 미국 안전환경집행국(BSEE)에 따르면 미국 아이다가 상륙하면서 하루 174만1,000배럴의 석유 생산이 중단됐다. 이 지역에서 추출되는 원유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약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미국 멕시코만 석유 공장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8월 셋째 주 저점을 찍었던 국제유가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설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수요가 급증하면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이다가 강타한 멕시코만 연안에선 석유관이 부서져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후속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8월 둘째 주 리터당 1,647.2원까지 올랐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들어 소폭 하락해 1,64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찔끔 내린 국내 기름값이 금세 상승요인을 맞이한 셈이다. 가뜩이나 계란과 고기, 과일 등 농축산물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기름값까지 오를 경우 소비자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특히 한국전력이 오는 20일 전후로 발표할 4분기 전기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조만간 4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작성해 정부에 제출, 최종 인가를 받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증가 등으로 적자 전환한 가운데, 물가상승 부담 등을 이유로 올해 한 번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터라 인상 요인은 차고 넘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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