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몽니? 美 '아프간 추가 대피' 작전도 차질 빚나

입력
2021.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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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아프간인 등 1,000명, 현지 공항서 발 묶여
탈레반 '국제선 운항 중단' 이유로 출국 승인 미뤄
"국제사회의 인정 요구 위한 '협상 카드'로 쓸 것"

해외 대피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북부 공항으로 간 미국인과 아프간인 1,000여 명이 현지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이 ‘국제선 운항은 중단됐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발을 묶고 있는 탓이다.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에도 “유효한 서류만 있다면 외국인뿐 아니라 아프간인들의 해외 출국을 막지 않겠다”고 했던 탈레반이 ‘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 인정’을 요구하며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 공항에선 미국인 수십 명을 포함해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발급받은 아프간인 등 1,000여 명이 출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은 복잡한 현지 사정상 미군 철수 완료 시점(지난달 31일)까지 카불 국제공항에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미국은 이들을 태우기 위해 민간 전세기를 공항에 보냈으나, 탈레반의 출국 허가가 떨어지고 있지 않다. 공항 관계자는 “탈레반이 탑승자 서류를 검사해야 한다며 비행기 이륙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대다수는 여권이나 비자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달 1일부터 국제선 운항이 중단됐다는 입장이다. 비랄 카리미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 “민간항공은 아직 운항을 시작하지 않았고, 국제선 운항도 재개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4일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 서부 헤라트, 남부 칸다하르, 북부 발크 등으로 오가는 국내선 3편만 운항에 들어갔다. 공항 관계자는 “항공관제용 레이더·정보처리 시스템 등이 없어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탈레반이 6대의 항공기를 막고 사실상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이륙 승인 대가로 우리 정부에 무언가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미국에 ‘완전한 합법정부 인정’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륙 지연과 함께, 탈레반의 ‘미국 협력자 색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탈레반이 미국의 조력자를 찾아내 처벌하려고 출국 승인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을 교섭의 수단으로 삼으면 미국과의 관계는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정부는 앞서 “남겨진 미국인과 아프간인도 외교적 노력을 통해 마지막까지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으나, 철군 완료 이후 아직 추가로 대피한 인원은 없다.

미 국무부는 “현재 미군이 모두 철수했기 때문에 해당 항공기의 정확한 탑승 인원 등 세부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탈레반의 요구사항은 아직 없으며,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떠나려 하는 이들의 출국을 허용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