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무장 군인들이 알파 콩데 대통령을 체포하고 정부 해산 방침을 밝히면서 정국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게 됐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마마디 둠부야 기니군 정예 특수부대 사령관은 이날 오전 콩데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어 국영TV에 출연해 “정치의 사유화는 끝났다. 우리는 더 이상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치를 맡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 해산 및 군부에 의한 과도정부 구성 방침을 밝히고, 전국에 통행금지령도 발동했다. 통금은 추가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이어진다.
둠부야 사령관 발표에 앞서, 기니 수도 코나크리의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대규모 총격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심가에서는 총격 소리가 들렸고 곳곳에서 무장 군인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쿠데타 세력으로 보이는 무장 군인들이 소파에 앉은 콩데 대통령을 정중앙에 두고 찍은 사진과 영상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나크리 시내 곳곳에서 쿠데타를 축하하는 시민들의 모습 역시 일부 목격됐다. 당초 영국 BBC방송은 콩데 대통령의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전했지만, 둠부야 사령관은 이후 프랑스24 방송과 인터뷰에서 “콩데 대통령은 현재 안전한 곳에 있고 의료진 접근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기니는 1958년 프랑스 식민 통치에서 독립한 후, 장기 독재와 군부 통치가 이어지는 등 끊임없는 정정 불안에 시달려 왔다. 2008년에도 이곳을 24년간 통치해 온 대통령이 급사하면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때까지 망명과 투옥을 거듭하던 콩데 대통령은 2010년 기니 역사상 첫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고,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59.5%의 득표율로 3연임하며 장기 집권을 선언했지만, 야당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전국적 시위가 잇따르면서 국민의 지지를 급속도로 상실했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외신들은 군사 독재를 벗어나는 듯했던 기니가 또다시 군부의 손아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도 쿠데타 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기니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무력에 의한 정부 장악을 강력히 규탄하며, 콩데 대통령의 즉시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