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버스가 출발 직후부터 덜컹거리고 있다. 각 주자의 유불리가 엇갈렸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지속하면서다.
국민의힘은 5일 내내 소란스러웠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정 경선 서약식'에 대선주자 12명 중 4명(홍준표·하태경 의원,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이 경선 룰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불참했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은 서약식 직전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바로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 선관위는 이날 갈등의 핵심인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놓고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공정 경선 서약식에 불참한 4명의 주자는 "역선택 방지룰 도입 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결과 승복을 다짐하는 서약식을 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3일 선관위 회의에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둘러싼 표결에서 사실상 부결된 사안인데, 정 위원장이 무리하게 표결을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윤석열 편들기'라며 선관위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선관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정 위원장은 서약식 시작 직전에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하며 국민의힘은 출렁였다. 앞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공정성 논란으로 물러난 가운데 정 위원장까지 도중 하차하면, 경선 파행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위원장을 임명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이 대표가 정 위원장의 사의를 만류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서약식에 예고 없이 참석해 정 위원장에 대한 무한신뢰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정선거를 서약하는 자리에 빠진 이들이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선관위에 반발하는 대선주자들에게 '경고장'을 꺼내 보인 동시에 정 위원장의 기를 살려준 것이다.
서약식에 참석한 대선주자들도 불참자들을 일제히 비판했다. 박진 의원은 "내 입장이 관철이 안 된다고 보이콧하는 것은 비민주주의적"이라고 지적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인데, 화합 정신의 경계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뿐 아니라 대선주자들의 상처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역선택 방지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장 난처해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면서다. 역선택 방지룰 도입을 윤 전 총장만 찬성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 구도가 짜인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약식에서 경선룰 관련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당이 정말 정권 교체의 의지가 있는지를 국민께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경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윤 전 총장 측도 "경선룰은 당의 입장을 따를 것"이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날 서약식 이후 역선택 방지룰 도입을 결론 짓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 나오든 윤 전 총장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윤 전 총장이 실익 없는 주장을 하면서 당내 분란의 원인만 제공한 셈이 되고, 삽입되면 다른 주자들의 반발로 경선 불공정 시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