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범여권 인사 고발을 야당에 요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대검이 진상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라 윤 전 총장 최측근 검사가 야당 측 인사에게 넘겼다는 판결문의 입수 경위부터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 내부로 한정된 대검의 진상조사로는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강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제1야당 인사에 범여권 인사 고발장과 판결문, 각종 첨부자료를 건넸다고 지목된 손준성 검사가 일했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용 컴퓨터 등을 확보해 손 검사 측의 개입 단서가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감찰3과는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최초 보도 당일 김오수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곧장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진상조사의 시발점은 판결문 입수 경위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4·15 총선 전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송했다는 자료에는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과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모씨 관련 실명 판결문도 포함돼 있다. 검사와 판사, 검찰 수사관 등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접속해 실명 판결문을 열람하고 출력할 수 있다. 다만 킥스에 접속하게 되면 열람자와 열람 문서, 열람 시간이 초단위까지 상세히 남게 된다.
뉴스버스가 공개한 판결문 전송 사진에는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는 텔레그램을 통해 사진이나 문서를 전달했을 때 보이는 형식이다. 뉴스버스는 손준성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의원에게 보냈다는 증거라며 판결문 전송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킥스 등을 통한 검찰 내부 정보 조회만으로는 실체 파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검사나 수사정보담당관실 소속 직원들이 문제의 판결문을 열람했다고 해도 곧바로 손 검사가 판결문을 넘겼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고발장과 판결문 전송 시점이라는 지난해 4월 초에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여권 인사 비리를 캐려 공모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이 제기된 직후라, 검찰이 사실관계 파악 차원에서 의혹 제보자로 지목된 지씨의 판결문을 검색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 검사는 판결문 사진을 보낸 일이 없다며 "(의혹 자체가) 황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려면 손 검사가 텔레그램으로 고발장과 판결문 등을 전송한 모든 과정이 확인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만큼, 검찰로선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1년 반 전 발생했던 일이라 판결문 외 자료가 업무용 컴퓨터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손 검사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손 검사에게 자료를 받았다는 김웅 의원과 제보자로 알려진 국민의힘 측 인사에 대한 수사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