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달 말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 의향을 밝힌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5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매년 태평양전쟁 패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예대제(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온 인물로,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자민당 내 ‘보수 단결의 모임’ 고문을 맡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8월 초에 출마 의사를 표명한 다카이치 전 장관은 현재 무파벌이기 때문에 출마에 필요한 의원 20명 추천이 과제였다. 그런데 최대 파벌(96명)인 호소다파에 영향력이 큰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굳히고 호소다파 의원과 다케시타파 간부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전 장관은 전날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외교 문제 때문에 총리 재직 시에는 참배 대신 공물을 바쳤으나 자신은 직접 참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 문제는 물론이고 ‘선택적 부부 별성제’와 인권 문제 등 대부분 정책 의제에서 보수적인 입장이어서 아베 전 총리와 성향이 비슷하다.
앞서 8월 초 잡지 인터뷰를 통해 출마의사를 표명했을 때도 ‘아베가 용인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아베 전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재선을 지지할 때였지만 내각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만약을 위해 ‘포스트 스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스가 총리가 공식적으로 퇴임을 표명함에 따라 ‘잠재 후보’ 중 가장 보수적 성향인 다카이치 의원을 지원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다카이치가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 영향력이 큰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는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이 정작 소속 파벌인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해 아베 전 총리 등 당내 보수파 거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다만 다카이치 전 장관은 호소다파에서 활동하다 탈퇴해 현재 무파벌인 상태여서, 반감이 있는 호소다파 의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