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김정준, '일본 신성'에 아쉬운 패... 그래도 값진 은메달

입력
2021.09.05 12:40
김경훈도 동메달 결정전서 세계랭킹 2위에 패

세계랭킹 1위 ‘셔틀콕 황제’ 김정준(43)이 일본의 젊은 신성 가지와라 다이키(20)에 아깝게 금메달을 내줬다.

김정준은 5일 일본 도쿄의 요요기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진 2020 도쿄패럴림픽 장애인 배드민턴(WH2) 결승에서 일본의 에이스 가지와라(20)에 세트스코어 0-2로 패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에서 김경훈을 2-0으로 완파한 가지와라는 결승에서도 상승세를 탔고 김정준은 이 돌풍을 막아내지 못했다.

2세트 중반이 고비였다. 1세트를 팽팽한 접전 끝에 18-21로 내준 김정준은 2세트에서도 5-5 10-10 등 계속해서 시소 랠리가 이어졌다. 박빙의 승부, 김정준의 노련미와 가지와라의 패기가 제대로 맞붙은 모습이었다. 김정준이 길고 짧은 공격을 번갈아 이어가며 상대를 흔들었다.

하지만 10-10에서 김정준의 스매시가 엔드라인을 벗어나며 10-11로 밀리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기울었다. 김정준의 날선 스매시를 가지와라가 모두 수비에 성공하며 15-18 3점 차까지 앞서 나갔다. 김정준도 이후 길고 짧은 노련한 공격으로 전환하며 기어이 18-18 타이를 만들었다.

가지와라는 그러나 더 강력한 공격으로 김정준을 괴롭혔고 김정준은 결국 21-19로 경기를 내줬다. 세계선수권 6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1위 김정준이 ‘신성’ 가지와라에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가지와라는 이 승리로 패럴림픽에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도입된 배드민턴 WH2 종목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날 현장의 OBS 중계진은 “이 얼마나 센세이셔널한 승부인가”라며 이변에 놀라움을 전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준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김정준은 “가지와라와 과거 3~4차례 경기에서 한 세트를 뺏긴 적은 있지만 경기에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쉽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 생각대로 경기를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다만, 경기에서 진 것은 인정한다. 단식 경기는 잊어버리고 곧 있을 복식 경기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시각 펼쳐진 동메달 결정전에선 김경훈이 세계랭킹 2위 홍콩 에이스 찬호유엔에게 0대2(22-24, 10-21)로 패하며 동메달을 놓쳤다. 김경훈은 경기 후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면서 “어제 가지와라와의 4강전에서 힘을 너무 뺐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팔이 안 풀렸다. 1세트는 괜찮았는데, 2세트에 다시 팔이 뭉치면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힘들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10월에 도쿄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귀국하면 이번 대회는 잊어버리고 다시 준비해 도전하겠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은 그 이후에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배드민턴의 스포츠등급은 휠체어 등급과 스탠딩 등급(하지 장애)으로 나뉜다. 휠체어 등급의 WH1은 척수장애(흉추 이상), WH2는 척수장애(요추 이하, 하지 절단 및 기타 장애)인 경우이며, 스탠딩 등급은 SL3(뇌병변, 뇌수막염, 하지 절단 및 기타 장애), SL4(근육 장애, 하지 절단 및 기타 장애), SU5(상지 장애), SH6(저신장)으로 나뉜다.

도쿄=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