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해 이달 말 퇴진한다. 총재 선거 재출마가 유력시됐지만 다가온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젊은 의원 중심으로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이 직격타였다. 기민하지 못한 코로나19 대처에다 그동안 소통 능력 부족 등으로 총리감이 아니라는 세평이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아베 총리 체제에서 7년 8개월을 지낸 관방장관 모습 그대로라며 지난 1년간 일본에는 총리가 없었다는 말까지 나올까.
□ 개최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도쿄올림픽도 정권 연장의 호재로 삼을 만한 소재였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모두 4차례 올림픽을 치렀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총리가 물러났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사람도 있다. 1964년 첫 도쿄올림픽 때는 폐막일 다음 날 이케다 하야토 총리가 물러났다. 그는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5개월 뒤에는 8년 가까이 장기집권한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총재직은 4선까지라는 약속대로 퇴진했다.
□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있던 해에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자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올해 도쿄올림픽은 원래 개최 예정이던 지난해에 아베 총리가 지병 악화를 이유로 물러났으니 이번 스가 총리 퇴진과 함께 결과적으로 올림픽 개최를 전후해 총리 두 명이 연거푸 물러나는 모양새가 됐다. 올림픽이 원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 일본에서는 장기집권 뒤 들어서는 내각은 빨리 무너진다는 징크스도 회자된다. 2000년대 들어 5년 반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후 6년간 총리가 무려 6명이다. 그 흐름을 끊고 아베 총리가 최장 집권했지만 그 뒤 스가 내각은 1년으로 단명하고 말았다. 다시 1년짜리 총리가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일본 총리 교체가 잦아지는 것은 다음 총리가 누구인지 못지않게 한일 관계에 중요하다. 총리 교체는 양국이 새롭게 대화할 기회이지만 너무 잦으면 자칫 외교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