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정’, 씹거나 잘라서 먹으면 안 돼요

입력
2021.09.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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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김미정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의약품규격과장

의약품 제형은 의약품을 사용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제형은 약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설계되며 의약품 복용 순응도, 약효 성분 흡수, 부작용 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알약은 의약품 제형 분류상 ‘정제’에 해당된다.

정제는 용도와 제조 기술에 따라 일반 제형, 특수 제형으로 나뉜다.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날 때 복용하는 타이레놀도 일반 제형과 특수 제형이 있다. 일반 제형인 ‘타이레놀정’은 약효가 4시간 지속하지만, 특수 제형의 하나인 서방정 ‘타이레놀이알서방정’은 약물 성분이 천천히 나오게 디자인돼 약효가 8시간 지속된다. 서방정을 비롯한 대표적 특수 제형에는 장용정ㆍ발포정ㆍ추어블정 등이 있다. 올바르게 복용하려면 제형별 주의 사항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서방정(徐放錠)’은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돼 복용 횟수를 줄여 불편을 개선하고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통상 제품명에 ‘에스알(SR)’ ‘이알(ER)’ ‘엑스알(XR)’ ‘서방’ ‘지속’ 등의 단어가 들어간다. 서방정은 자르거나 씹어 먹거나 가루로 부숴서 먹으면 절대 안 된다. 약물이 한꺼번에 방출돼 고용량을 복용하면 약물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용정’은 위가 아닌 장에서 흡수되도록 코팅된 의약품이다. 주로 위 점막을 자극하는 약물이나 장에 흡수되는 변비 약 등에 적용된다. 쪼개거나 부수어 가루로 복용하면 장까지 도달하지 못할 수 있고, 우유나 제산제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줄어들 수 있어 2시간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다.

‘발포정’은 물에서 발포하면서 녹여서 먹고 바로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씹어서 먹는 ‘추어블정’은 붕해제가 들어 있지 않아 씹지 않고 삼키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위 속 체류 제형, 약물 방출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복합 정제 등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디지털 방식으로 복용 약물을 추적하는 알약도 판매 승인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제형을 올바르게 복용할 수 있도록 사용 전 용법ㆍ용량, 사용상 주의 사항 등을 세심히 숙지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