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생일은 선하다···전 세계 아미들의 '훈훈한 단합'

입력
2021.09.05 12:00
BTS 정국 생일 맞아 전세계 아미 '릴레이 기부'
인도네시아 4,000여 마리 바다거북 방생 프로젝트
아프가니스탄 위기 여성에도 도움의 손길
"BTS의 긍정 메시지가 선행 문화 이끄는 비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로위타(Lowita) 해변에 4,000마리 가까운 아기 바다거북들이 모였다. 이 바다거북들은 바다로 돌아갔다. 바로 방탄소년단(BTS) 팬들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 명칭)에 의해서다.

인도네시아 아미들의 모임인 팬 연합은 멤버 정국(24)의 생일(1일)을 맞아 '바다 거북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알과 고기가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는 속설 때문에 바다거북 불법 거래가 잦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이런 이유로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은 바다거북을 멸종 위기 동물에 포함시켰다.

인도네시아 아미는 정국의 생일을 계기로 바다 거북을 입양해 바다에 놓아주는 행사를 연 것.


아프리카 이집트의 BTS 팬 연합 '이글 이집티안 아미(EEA·Eagle Egyptian Army)'는 이집트 내 간질환 의료 지원을 위해 모금을 진행했다. 약 30만 원에 해당하는 4,000이집트파운드(£E)를 모아 간질환 환자들을 도왔다.

의학저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따르면 이집트는 1980년대까지 성인 인구의 약 10%가 만성 C형 간염 때문에 고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약제비 인하 및 선별 검사 등을 통해 간염 퇴치에 애써왔다.

이집트 팬 연합 EEA는 '전정국' 이름으로 기부하며 "재정적으로 어려운 간 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트위터에 전했다.

정국의 생일을 맞아 전 세계 BTS 팬들이 진행한 기부 행사를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많다. 인도네시아와 이집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국가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동물, 환경, 의료 등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찾고 그 해결을 위해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아 진행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여성 돕기에도 적극 나서

아미의 관심은 비단 국내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정국의 생일을 맞아 팬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곤란한 상황에 빠진 아프가니스탄과 아이티 돕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미군이 20년 만에 철수하고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잡은 아프간의 여성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여러 나라 팬들이 모여 만든 국제 팬 연합 '정국 인터내셔널(Jungkook International)'은 1일 여성 긴급 지원 비정부기구(NGO) '우먼 포 우먼 인터내셔널(WfWI·Women for Women International)'에 기부했다. 미국의 K팝 전문 웹사이트 올 케이팝(AllKpop)에 따르면 이 기금은 아프간 여성들이 건강을 지키고 생활을 유지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싱가포르 팬 연합 '정국 싱가포르(Jungkook Singapore)'는 생일맞이 모금 중 일부금액을 '유엔 세계식량계획(UN WFP·World Food Program)'에 냈다고 전했다. 라틴 아메리카 팬 연합 '정국 라탐(Jungkook Latam)' 역시 SNS를 통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에 아프간 여성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고 알렸다.

지난달 14일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국민들을 응원하려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20일 해외 팬 연합인 '골든 정국 유니온(Golden Jungkook Union)'은 아프간과 아이티를 돕는 NGO인 '국제 구호 위원회(IRC·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파트너스 인 헬스(PIH·Partners In Health)'에 기부한 사실을 알리며 함께 참여하자고 권했다.



방탄 멤버 모두를 '기부요정'으로 만든 아미의 저력

정국의 생일맞이 기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일 전 세계 아미는 아이돌 순위 서비스 '최애돌'의 기부요정 투표에 정국을 개인 아이돌 부문 1위에 올려놓았다. 이로써 정국은 55,555,555표 이상을 받으며 '기부요정' 타이틀을 얻었다. 최애돌에 따르면 정국의 이름으로 '밀알복지재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기부된다. 국내와 해외 팬들이 힘을 모아 아미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정국 말고도 다른 멤버의 생일 역시 다채로운 기부 행사가 진행된다. 코로나19가 첫 번째 확산세를 보였던 지난해 2월 멤버 제이홉(27)의 생일이 다가오자 아미는 힘을 모았다.

제이홉의 팬 커뮤니티인 '홉 온더 월드(Hope On The World)'와 '최애돌' 제이홉 회원들은 KF94 마스크 1,640장을 제이홉의 고향인 광주 북구청에 쾌척했다. 중국 제이홉 팬 연합은 '정호석(제이홉의 본명) 희망병원'을 세우기 위해 50만 위안(약 8,510만 원) 넘게 모았다. 결국 올해 1월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첸산현에 문을 연 이 병원은 의료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 주민들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아미가 힘을 모으면 BTS 멤버들을 '기부요정' 타이틀에 걸맞도록 더욱 빛나는 힘을 실어준다. 이밖에 멤버 지민(26)의 인도네시아 팬 연합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맹그로브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물 보호에 앞장서온 멤버 진(29)의 생일에는 아미들이 유기동물 보호 봉사에 참여하거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멤버 RM(27)의 행보에 맞춰 그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했다.



팬들의 적극적 기부...비결은 BTS의 긍정적 메시지

외신들은 아미가 여러 기부 활동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데는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긍정적 메시지를 아미가 받아 안은 것이라 분석했다.

아미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BlackLives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BTS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지의 뜻을 밝히자, 리트윗이 100만 회에 달하며 1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포브스는 이를 두고 "음악 팬덤의 힘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BTS가 전하는 평등, 자신을 사랑하는 힘,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메시지가 팬들에게 진실되게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한국의 보이그룹 BTS가 전 세계적으로 영역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12일은 또 다른 멤버 RM(27)의 생일. 아미들은 또 어떤 선행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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