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과 공군에서 잇따라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등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방교육을 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최근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단 교육을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안 그래도 형식적이라 비판받은 예방교육이 얼렁뚱땅 급조되는 현상만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이다.
7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아 적발된 사업장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과태료 처분을 한 곳은 지난해 이후 2년 연속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올해만 해도 7월까지 226건이나 발생했다. 2020년 한 해 발생 건수가 218건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이미 지난해 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올 상반기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아 적발된 사업장은 119곳이었다. 이 또한 지난 한 해 108곳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24.4% 수준이니 사업장 4곳 중 1곳은 교육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마저도 사업장 488곳을 대상으로 실제 점검한 결과가 이렇다. 전수조사가 아닌데도 이런 수준이니 실제 사업장으로 따지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사업장이 받은 조치는 모두 행정명령인 시정조치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따르면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계속 사회문제화되자 2018년 5월 '300만 원 이하'에서 '5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적용은 안 되고 있다. 올 상반기는 물론, 지난해에 과태료를 부과받은 곳은 없다. 2017년 이후 통계를 봐도 예방교육 위반으로 적발된 1,003개 사업장 중에 32곳으로 비율로 따지면 고작 3.1%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부는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통상 감독을 나간 근로감독관이 과태료 부과 이전에 '적발 이후 25일 안에 예방교육을 이행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리게 하고 있다. 적발된 사업장들은 적발 이후 시정조치에 따라 교육을 진행했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어쩌다 재수 없게 걸려서 억지로 급조된 예방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일 수 있겠느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뜩이나 부실하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받는 게 성희롱 예방교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줄기는커녕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행정절차상 필요했다 해도 이제는 시정 기간의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윤미향 의원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 근절을 위해 각종 제재 장치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시정기간을 두는 것보다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이익을 준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줘야 그나마 제대로 준비하고 시행한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도 검토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이전에 시정조치를 내리게 한 규정이 예방교육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앞으로 개선책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