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개략(個利個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최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분위기 반전을 위해 꾀했던 ‘9월 중의원 해산’ ‘당 임원 인사’ 추진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 나온 반응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이 국가나 국민보다 당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뜻이라면, ‘개리개략’은 당보다도 개인의 이익만 중시한다는 비판이다. 지지율 급락 속에 자신에 대한 당내 비판이 거세지고, 정세 반전을 위해 내놓은 마지막 카드도 실패하자 결국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강행 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정부 대응도 미숙해 자택 요양 중 사망하는 사람이 잇따르면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끝없이 추락했다. 최근엔 20%대까지 떨어졌다. 자신의 지역구인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도 참패하자 당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선거의 얼굴’로서 스가 총리가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계속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달 26일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출마를 선언한 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하자 스가 총리는 궁지에 몰린 듯, 최근 잇따라 ‘깜짝 카드’를 내놓았다. 첫 번째 비책은 9월 중 중의원을 해산해 총재 선거를 10월 총선 후로 미룬다는 계획이었다. 중의원 해산은 총리의 권한이므로, 실제 실행됐다면 당에는 타격이지만 본인에겐 유리한 방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밤 이 계획이 유출되는 바람에 아베 신조 전 총리,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 등이 설득에 나섰고, 스가 총리는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반전 카드였던 자민당 임원 인사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재 선거 불출마 의향을 밝힌 3일 오전 자민당 임원 회의는 애초 스가 총리가 당 임원 인사안을 밝힐 예정이었다. 5년 넘게 ‘최장수 간사장’을 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을 비롯해 정조회장 등 당 핵심 임원들을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수위를 다투는 인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자민당 임원 임기 3년’ 공약을 무력화하고 경쟁자의 출마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임원 인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전했다. 임원 인사는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총재가 중의원 선거 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 시기에 ‘한 달짜리 임원’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란 게 중론이었다. “이 상황에서 요직을 맡는 건 ‘독이 든 떡을 먹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스가 총리가 임원 후보로 생각했던 주요 인사들이 요청을 고사해 임원 인사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아예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스가 총리의 예상보다 빠른 불출마 선언으로 자민당은 내달 중순쯤이 유력한 총선 전에 분위기를 일신하고, 한 달가량 남은 이달 29일 총재 선거 때까지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내각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지지율 최악인 스가 총리가 계속 ‘선거의 얼굴’인 채로 총선을 치르기를 내심 바랐던 야권의 기대는 무너진 셈이다. 반면 자민당이 신선하고 유능해 보이는 인물을 선출해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빠르게 불출마를 선언한 스가 총리의 당내 평판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