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아이즈', 화려한 초청장 받았지만... 고민 커지는 정부

입력
2021.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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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급 군사정보 공유"는 기회
중국 견제 의도 농후... 보복 가능성↑

한국이 선진국 ‘정보동맹’에 가입 초청장을 받았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2일(현지시간) 군사정보 공유 협력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확대 필요성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킨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이뤄진 기존 협력체에 한국 일본 인도 독일도 끌어들이자는 게 요지다.

상원 문턱을 넘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서명하면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도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공식 요구로 이어지는 수순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급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반길 법도 하지만, 정부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왜 그럴까.

'우물 안 개구리'서 '최강 정보동맹' 진입 기회

냉전 시기 미국이 주도해 창설한 파이브 아이즈는 각종 글로벌 안보 동향을 공유ㆍ평가하는 일종의 정보동맹이다. 테러집단 움직임은 물론 중동지역 정세, 중국·러시아의 군사 활동, 북핵 동향 등 회원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가 오간다. 중국이 자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를 통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미국이 구축 중인 ‘5G 동맹’도 파이브 아이즈가 중심 축이다.

한국의 군사정보 교류 채널은 한미동맹이 사실상 유일하다. 동맹이라지만, 미국이 군사 정보를 죄다 한국에 넘겨주는 건 아니다.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맺고 있는 일본과도 군사정보를 교환하지만 북핵 동향 등 대북정보에 국한된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으로선 최고급 정보가 공개되는 파티장에 와 달라는 ‘화려한 초청장’을 받아든 셈이다.

"공짜 점심 없다"... 中 '제2 사드 보복' 가능성

그러나 국제 외교 전장에서 공짜 선물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3일 “미국이 한국, 일본, 인도 등을 파이브 아이즈 추가 멤버로 콕 찍은 것은 중국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라며 “한국의 참여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포위망 구축을 목표로 가동 중인 다자협력체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쿼드(QUAD)가 있다. 4개국 간 군사ㆍ첨단기술ㆍ방역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공유 대상에서 군사정보는 제외된다. 때문에 기존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쿼드+한국’을 편입시켜 거대 ‘반중(反中) 군사정보동맹체’를 완성하겠다는 게 미국의 속내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의 대립 수위가 높아진 중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일각에선 ‘제2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사태’를 점치는 의견도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가령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사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다국적 훈련에 한국도 참가해 달라는 미국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라며 “파이브 아이즈 가입 여부는 중국의 반응 등 외교적 유ㆍ불리를 철저히 따져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서명 거부할 수도

정부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하나로 바이든 대통령이 의외로 법안에 서명하지 않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아무리 최우방이라도 초민감 정보까지 한국과 공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미국 내 회의감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여전히 미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기 편을 확실히 들지 않은 한국에 자국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정보를 공유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도 “한국과 일본에선 미국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언론 등을 통해 유출되는 일이 잦다 보니 바이든 행정부가 파이브 아이즈 확대가 되레 역효과만 초래할 거라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빈 기자